[일터삶터] 올림픽과 눈물

어느 해보다 지독했던 한여름의 더위와 함께 지구 정반대편인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열기도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이번 올림픽 역시 새로운 스포츠 스타의 등장과 함께 많은 화제를 만들며 한여름 밤 TV 앞에서 올림픽을 시청하는 우리를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올림픽에서는 많은 눈물을 볼 수 있다. 메달을 딴 후 흘리는 기쁨의 눈물, 난치병과 부상 등을 극복하고 승리한 후 흘리는 감격의 눈물, 자신의 부진으로 인해 팀이 패배했다고 자책하며 흘리는 미안함의 눈물,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노장 선수의 시원섭섭한 눈물, 심판의 오심으로 승리를 놓쳤다며 흘리는 억울함의 눈물 등 다양한 눈물들이 있다. 이 눈물들 중 유독 우리 선수들만 자주 흘리는 눈물이 있는데,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에 그쳤을 때 흘리는 통한의 눈물이다.

사실 운동선수로서 우리나라를 대표에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것은 매우 명예롭고 먼 훗날 자손들까지 자랑스럽게 여길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그리도 아쉬워하고 심지어는 마치 죄인처럼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기도 한다. 동메달을 따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직후 승리한 선수에게 밝게 웃으며 축하를 해주는 외국선수들의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 왜 우리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기쁨이 아닌 통한의 눈물을 흘릴까? 그러한 이유와 배경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경쟁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1등만 인정해주는 우리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의견으로 좁혀진다. 대학입시와 취업 경쟁에서 단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고 그나마 그 기회조차도 단 한번 뿐인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2등은 곧 패배와 다를 바 없다는 의식이다. 한편 과거 국제적으로 변변히 내세울 것이 없던 시절, 북한과 일본을 금메달 숫자로 이겨서 이를 정권의 업적으로 국민들에게 홍보하고자 했던 위정자의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올림픽에 관한 언론 보도에서 국가간 메달 순위 경쟁 상황을 우리처럼 강조하는 나라가 있을까? 간혹 외국 언론에서도 그리 비중을 두지 않고 국가 순위를 소개하지만, 메달 색깔이 아닌 전체 메달 숫자로 순위를 매기는 정도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역시 여자 유도에서 우리나라에서 첫 메달인 은메달을 안겨주고도 금메달을 놓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던 정보경 선수 모습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정보경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을 딴 아르헨티나 선수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고 본인의 전공인 의대로 돌아가 스포츠의학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운동 이외에는 장래 직업에 대한 대책이 없는 대다수 우리 선수들을 안타까워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전종목에서 예선탈락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일찌감치 귀국한 우리의 수영 천재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개인통산 23개의 금메달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긴 마이클 펠프스가 은퇴 후, 익사 사고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칠 계획이라는 말을 듣고 수영 영웅에게 수영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미국의 어린이를 부러워하는 우리 부모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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