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햇살과 푸른 바다, 계곡의 시원한 수박...... 여름철에만 느낄 수 있는 가슴 설렘이지만, 바다와 계곡을 즐기려고 할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니 바로 지난 가을부터 올봄까지 차곡차곡 축적해 놓은 살이다. 특히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나이에는 남녀 할 것 없이 여름이 다가오면 올 것이 왔다는 식으로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곤 한다. 온라인에서도 이 시기 인기 포스팅으로 검색되는 것이 다이어트와 관련된 내용이니 우리의 전쟁이 얼마나 살 떨리는 전쟁인지를 알 수 있다.
여름에는 고구마보다는 감자가 제철이라 감자를 이용한 요리를 많이 해서 먹지만, 아무래도 다이어트에는 감자보다는 고구마가 더 적절하기 때문일까? 여름에도 고구마말랭이나 고구마를 부드럽게 쪄서 아침식사나 간식으로 먹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늘 비슷하게 먹어왔던 고구마에 질렸다면, 고구마 죽인 빼떼기 죽을 추천한다. ‘빼떼기’는 생고구마를 얇게 썰어 말려낸 것을 말하는데, 저장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 고구마를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생각해 낸 건조를 통한 저장방법이었다. ‘절간고구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말려 수분이 빠진 빼떼기를 먹을 것일 떨어졌을 때 물을 넣고 푹 익히거나 가루로 빻아 콩이나 팥, 쌀가루, 찹쌀가루 등을 함께 넣어 죽으로 쑤어 먹는 것이 빼떼기 죽이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귀해 구황식품으로 먹었던 빼떼기였다면, 먹을 것이 흔한 요즘에는 영양과 칼로리 측면에서, 혹은 별미로 먹는 음식이 된 것이다. 몇 해 전 필자는 통영에서 빼떼기 죽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전복죽이나 삼계죽 등 여름철에 보양을 위해서 먹는 죽과는 달리 투박하지만 꾸미지 않고 소박함이 살아있는 빼떼기 죽 고유의 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집에 꾸덕하게 말려 둔 고구마가 있다면, 혹은 사다 둔 고구마말랭이에 질려있었다면, 빼떼기 죽을 끓여 올여름 살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하고, 건강도 챙겨보도록 하자.
재료(4인분)
빼떼기(고구마 말린 것) 100g, 찹쌀가루 1컵, 소금·설탕 약간씩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1.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빼떼기를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빼떼기가 푹 물러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
2. 빼떼기가 부드럽게 삶아지면 믹서에 넣어 곱게 갈아 냄비에 붓는다.
3. 찹쌀가루를 넣고 나무주걱으로 저어 익힌다.
3. 기호에 따라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한다.
글=경희대학교 조리·서비스 경영학과 겸임교수 송민경,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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