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유제훈 기자]"저보다 분열의 상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만큼 분열의 최전선에 서서 고통스럽게 분열의 아픔을 목도하고, 떠안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이 분열을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추미애 의원이 오늘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경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 의원은 1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겠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정치를 뒤에 물러서서 해본 적이 없다. 고비고비마다, 당이 위기일 때마다 항상 전면에 나섰다. 뒤에 물러서 있었으면 천천히 성장하고 보호받고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지를 못하고 항상 열렬하게 앞장섰다. 그에 따른 책임도 크기 때문에 책임지고 고꾸라지기도 했고, 다시 일어서기도 했다. 이번에도 당이 이렇게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나서게 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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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의원은 "이대로는 정권교체를 못한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준비된 정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초선으로 정치를 시작했을 때는 준비된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칭)이 있었기에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4년전 대선에서 실패했던 후보는 이번에는 실패를 안 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고 있다고 생각되고, 다른 후보들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는 대선을 준비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준비된 정당을 만드는 것은 당대표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할 일은 준비된 정당을 만들어 분열을 수습하고, 통합을 이뤄내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새로운 10년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국민들께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에 대한 생각을 묻자 "큰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차기 대권주자 1위라는 게 잠시 잠깐 1위가 아니라 굉장히 강한 정치적 펀치를 지속적으로 맞았음에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차기 대권에 관해서는 "이제는 야당이 사안마다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대안을 주는 준비된 정당이 되어야 한다"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1위 후보가 있다면 이를 받쳐줄 수 있어야 하고, 다른 분이 될 수 있다면 기회를 주는 공정한 시스템을 당 안팎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인터뷰에서 통합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총선결과에 대해 "의석수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정당 득표에서는 3위을 했다"면서 "아슬아슬한 1당이 됐지만 안주하지 말고 더 혁신을 해라, 통합에 앞장에 앞장서라는 명제가 주어진 선거"라고 평가했다. 추 의원은 "총선에서 한 두석 많은 정당이 됐다고 해서 우리가 약속한 경제민주화의 약속, 민생경제의 약속을 실천할 수는 것은 없다"면서 "결국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집권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통합을 해야 한다. 총선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여러 개의 별명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호남 며느리'다. 대구 세탁소집 둘째 딸 출신의 법조인이면서도 호남 출신의 남편을 만났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야당 생활을 한 탓에 생긴 별명이다. 하지만 보다 유명한 별명은 추다르크다. 그는 1997년 대선 마지막 국면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 후보의 유세단장으로 야권의 불모지였던 대구에서 총력유세에 나섰다. 당시 그는 지역감정의 악령으로부터 대구를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유세단 이름을 '잔다르크 유세단'이라고 명명했다. 이때 당시 추 의원의 각오를 들었던 한 기자가 붙여준 별명이 바로 '추다르크'였다. 이후 추다르크는 추 의원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됐다.추 의원은 총선에서 호남 참패한 것과 관련해 "더민주가 과거에 이처럼 혹독한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면서 "(17대 총선에서도) 5석을 했는데 이번에는 3석을 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을 해도 국민들께 드린 약속을 힘이 부족해서 실천을 못할 수 있는데, 집권한 것도 아니고 집권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열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하다"면서 "호남 민심 속에서는 왜 분열을 막지 못했냐 하는 매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권 분열 속에서 더민주가 선전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는 당내 일각의 분위기에 대해 "이건 지지자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분열의 책임에 대한 추궁은 매서웠다. 그는 "지난해 재보궐선거 참패로부터 당이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이 선거에서 더민주를 난타하면서 나온 후보(천정배 현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지칭, 2015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광주 서을에서 당선)에게 그 전에 경쟁기회(2014년 재보궐 선거)를 주지 않았던 것은 당시 당대표(김한길·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다"면서 "(정작) 그분들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허물을 벗고 또 새로 집을 짓고 또 그 집이 싫으면 허물을 벗는 무책임한 정치를 반복하면 국민이 용납하겠냐"며 "분당에 대해서는 자기성찰을 남에게 떠넘기고 전가함으로써 지지자를 속일 수 있지만, 그걸 반복해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내 내부 갈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친노패권주의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가만히 보면 친노패권주의라는 식의 비판을 하지만, 자신들의 실패와 실수를 감추기 위해 책임전가용으로 쓰는 것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친노패권주의라는 말은 실체도 없고 명분도 부족하다"며 "야권의 무능에 대한 포장용으로 강경파나 친노패권주의를 썼는데, 이것은 굉장히 비겁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에게는 그동안 정치적 멍에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실제 추 의원은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탄핵에 반대 입장을 펼쳤지만 결국 새천년민주당 소속 의원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결정에 대해 추 의원은 저서를 통해 당 지도부가 이미 구속수감 된 의원들을 상대로 탄핵 서명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숯뎅이가 검뎅이를 나무라냐'며 차라리 자신의 투표를 하겠다고 나섰다고 술회했다.
노 전 대통령과 추 의원의 이야기가 관심을 모은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그만큼 각별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마지막 날 정몽준 전 대표의 지지철회를 불러왔던 문제의 발언 '내가 잘못하면 내 멱살을 잡고 흔들 대찬 여자 추미애도 있고 경선을 끝까지 지켜준 정동영도 있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추 의원에 각별한 애정과 기대를 가졌다. 추 의원은 이후 탄핵역풍 속에서 2박3일에 걸쳐 광주 금남로에서 망월동 묘지까지 15km를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참여했던 것에 대해 묻자 추 의원은 "탄핵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 탄핵을 이야기만 들어도 울렁증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만큼 큰 상처였다. 추 의원은 탄핵 이후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미국에 가 있을 때 두어 차례 장관직을 제의해 줬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장관직 제의를 통해 자신에 대해) 오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지지세력의 통합이 먼저인 상황에서 그 직책을 수행하게 될 경우 통합이 멀 것을 우려해 고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모습을 보면 대통령은 변함없는 후원자였으며, 탄핵이 제 진심이 아닌 그 당시 상황 때문이었음을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노 전 대통령과 추 의원 두 사람 사이에서는 감정적 앙금이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의원. 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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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진심을 읽혀질 수 있는 사건이 많았다"면서 "원칙과 소신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아끼시는 지지세력들도 이해하고 신뢰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저서를 통해 2007년 여름 노 전 대통령과 잠깐 마주쳐 서로 눈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먼발치에 눈빛교환을 했었다"며 "눈빛을 보면 이신전심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서를 통해 추 의원은 "사과의 타이밍을 놓친 것을 무척 후회했다"며 "된장 뚝배기 같이 거칠어도 구수하고 친근했던 대통령을 그냥 보내드렸지만 대통령도 내 마음의 한과 상처를 이해하시리라 믿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과의 화해에 대해 묻자 "제가 헌신을 해서 정권 교체 역할을 해놓고 그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언제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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