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16]조준호 "G4로 얻은 깨달음…G5 다 바꿨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

'스펙 경쟁' 시대 지나 '경험 경쟁' 시대…삼성·애플과는 접근 자체 달리했다
창의성은 무심결에 발현돼…'PLAY' 콘셉트는 젊은 직원들 반짝이는 아이디어서
모바일 생태계 강조한 'G5와 친구들' 공개 후 반응 '굿'…MWC서도 관심 폭발
더 많은 '프렌즈' 위해 곧 개발자회의…'LG 플레이그라운드' 만들어 생태계 확장

[바르셀로나(스페인)=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G4로 얻은 깨달음, G5는 '경험' 자체를 달리했다." 23일(현지시간) 오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조준호 LG전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사장)의 표정에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스펙 경쟁'의 시대를 넘어 '경험 경쟁'의 시대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감한 결단을 통해 탄생한 LG전자의 새 전략폰 'G5'가 공개 직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다.

지난 21일 LG전자가 'G5'와 'LG프렌즈'를 공개한 직후 주요 정보기술(IT) 매체들은 '스마트폰의 급진적인 재발명' 'LG가 스스로 쇄신하고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찾은 방법' '독특한 접근,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공개 직전까지도 기대반 걱정반이었던 조 사장 역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G5는 절치부심 끝에 나온 제품이다. 조 사장은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성적을 거둔 전작 'G4'를 통해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양강'인 삼성·애플과는 아예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그는 "현재와 같은 양강 구도에서는 LG폰이 선도업체 제품들보다 특정 부분에서 이렇게 더 낫다는 점을 강조해봤자 고객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경험 자체를 다르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과감한 시도를 한 제품이 G5"라고 말했다.

G5의 과감한 시도는 '하단분리'에서 시작한다. 제품 하단의 기본모듈을 떼 다양한 기능을 가진 확장모듈을 끼우면 G5는 이내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도, 프리미엄 사운드를 재상하는 '뮤직 플레이어'로도 변신한다. 가상현실(VR)용 360도 영상을 촬영하는 'LG 360 캠'과 이를 몰입감 있게 감상하는 'LG 360 VR' 등과도 연동해 스마트폰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경험의 확장'을 이뤄냈다.

조 사장은 호평을 받고 있는 '모듈 디자인' 아이디어의 시작은 사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교체 방식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커 메탈 디자인을 채택하더라도 배터리 탈착 방식을 이어가고 싶었다"며 "아래로 뺄까 옆으로 뺄까를 검토하던 중 '이걸 뺄 수 있으면 다른 것도 끼울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경험을 달리 하기 위해 '재미'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초 상품개발 디자인 연구소의 젊은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에게 생각보다 에너지 끼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 결심을 굳혔다. 그는 "젊은 직원들에게서 '재미'와 '놀이'라는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아 한 번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화질 카메라·고음질 음악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많아 먼저 이와 관련된 모듈이 '프렌즈'로 나왔지만, '프렌즈 생태계'는 앞으로도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을 비롯해 '놀이'와 연관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가 G5에 붙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인 'LG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기업과 전문가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일반 사용자도 참여할 수 있다. 관련 개발자 회의도 올해 안에 열 계획이다. 조 사장은 "스마트폰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이제 첫걸음 뗀 것"이라고 말했다.

G5와 같은 날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7'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공개일 제품을 보고 G5와는 길이 달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LG전자는 앞으로도 이왕이면 재미있는, 나 같아도 쓰고 싶은 LG만의 독특한 가치를 만드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품에 대한 사업자들의 반응 역시 예전과 달라졌다. 북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비자 반응이 좋았던 데 비해 유럽에서 강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유럽 사업자들 역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G5는 3월 말에서 4월 초 글로벌 200여개 사업자를 통해 출시된다.

그는 글로벌 1000만대 이상을 판매했던 'G3'를 넘어서길 희망했다. 조 사장은 "과감히 내놓은 독특한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LG폰 팬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의미 있는 글로벌 3등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