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류세 인하 가능성이 높지 않아
다른 제도 개선을 통해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 거둬야
대안으로 원유 무관세 제시…LPG 세제 문제 해결해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내 한 정유사 CEO가 LPG 세제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수입업자가 들여오는 LPG에는 수입 부과금이 면제되지만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LPG는 원유 수입 단계에서 리터(ℓ)당 16원씩 정부에 수입부과금을 내야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정유사들이 LPG가격을 낮추는데 쓸 여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논란의 핵심은 해외수입 LPG와 국내생산 LPG의 가격 결정 구조다. 대형 LPG 수입업체인 E1이나 SK가스는 프로판, 부탄과 같은 LPG 완제품을 수입할 때 수입부과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서 LPG를 만드는 정유사는 사정이 다르다. 원유를 수입할 때 리터(ℓ)당 16원씩 수입부과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LPG만 가격경쟁력 점유율 높이고 있어…국내생산 LPG와 형평 맞춰야 이는 LPG 완제품 가격까지 영향을 미친다. 국내생산 LPG 1ℓ당 16원씩 수입부과금을 매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국내생산 LPG 중 공업용 연료로 사용된 분량에 대해선 정부가 수입부과금을 돌려준다. 정유업계는 한 해 동안 정유4사와 토탈사가 LPG 수입부과금으로 약 500억원 정도를 내는 것으로 추정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입 LPG는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수입 LPG 시장점유율은 2001년 55%에서 지난해 71%까지 올라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LPG 생산량에 비례해 원유 수입시 낸 부과금을 정유4사에 돌려주거나 혹은 수입LPG에도 부과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형평을 맞춰야 한다"며 "그래야 소비자 가격을 내려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류세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유업계의 불합리한 제도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유류세 인하가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원유 관세를 낮춰 정유사가 석유제품 가격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박사도 "정유사가 원유 무관세 효과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준다면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원유 관세 없애면 석유제품 가격 내릴 것…선진국들 원유 관세 매기지 않아현재 원유를 수입할 때 적용되는 관세는 3%다. 원유 1배럴당 100달러 기준으로, 정유4사가 원유를 수입할 때 내는 관세는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중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을 수출할 때 돌려받는 관세는 약 1조원으로, 세수로 유입되는 돈은 나머지 1조원 정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원유 관세 3%를 없애면 석유제품 소비자 가격은 최대 2.7% 내려가고 소비자 물가는 0.2% 인하되며 가계 전체 소비자후생은 1조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인하로 실보다 득이 많다는 셈법이다.
원유 무관세는 정유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휘발유ㆍ경유ㆍ등유 등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판매하는 게 유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야 내수시장에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지금은 석유제품을 수입할 때 매기는 관세가 똑같아 원유 수입ㆍ정제 사업이 석유제품 수입보다 나을 것이 없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일본ㆍ유럽연합ㆍ중국ㆍ대만 등 주요국에서는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유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OECD 회원국 중 원유관세 부과국은 우리나라 외에 미국(0.1~0.2%), 멕시코(10%) 정도다. 미국과 호주는 관세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 멕시코는 산유국으로 원유 수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관세율 자체가 유명무실하다. 협회 관계자는 "원유 관세를 0%로 낮춰야 정유사에 힘이 실린다"며 "무관세가 되면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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