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前 대통령 때 징병제 시작
최근 윤일병 사망 사건으로 논쟁 커져
대안으로 전문병사제 도입도 논의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한국의 남자라면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군대다.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국가를 위해 젊은 날을 희생했다. 하지만 최근 북핵 등이 국가안보 불안을 부추기면서 군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다양한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군에 가고 싶은 사람만 입대하는 모병제 찬성론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남자라면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에 가야한다는 징병제 찬성론과 부딪히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군부대가 우리 집값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어차피 가야할 군대라면 어디를 가야하는지 등 의문점도 많아졌다. 이에 군에 대한 A부터 Z까지 궁금증을 풀어본다. 군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가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문제다. 우리 군이 징병제를 시작한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때부터다. 1949년 미국측에서는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모병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고 이를 받아들인다면 기반을 다지는데 도와주겠다고 권유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원조물자를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서는 징병제가 옳다고 판단했다. 징병제 도입 60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징병제냐 모병제냐'라는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휴전상태인 우리 안보실태를 생각한다면 의무적으로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복무를 해야한다는 주장과 청년층의 급격한 인구감소를 생각한다면 모병제가 맞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최근 모병제 도입론에 불을 붙인 것은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다. 국방부는 군내 사건사고가 발생할때마다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1999년 신(新)병영문화 창달방안, 2003년 병영생활 행동강령과 사고예방 종합대책, 2005년 선진병영문화비전, 2012년 병영문화선진화 방안, 2015년 병영문화 혁신대책안 등이다. 하지만 사고는 줄지 않았다.
모병제 찬성론자들은 군내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병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지원병력만 받고 있는 우리 해ㆍ공군ㆍ해병대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해ㆍ공군ㆍ해병대는 2008년 이후 지원 모집병제로 전환해 전문성이 높은 기술병력을 중심으로 인센티브를 주거나 근무지 성격에 따라 복무기간을 차등화 하는 방식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모병제로 전환돼 자질이 우수한 병력을 100% 충원하는 해ㆍ공군ㆍ해병대에는 관심병사나 병영 내 내부 부조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경쟁률도 높다. 2013년부터 최근 3년간 모집병의 경쟁률은 해군이 2대1∼4.3대1, 공군이 2.9대1∼ 4.8대1이다. 모집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언젠가 실시될 모병제 전환에 대비한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징병제 찬성론자들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다. 모병제를 도입하더라도 분단상황을 고려해 국방력을 유지하려면 육군은 최소 35만명의 모병과 13만명 정도의 간부로 전체 48만명이 돼야 하고 직할부대 기술병들은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모병제로 이같은 인력확보가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150만 병력의 중국, 러시아 등과 맞닿아 있고 북한이 100만 병력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현재의 60만 병력도 부족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예산도 논란거리다. 징병제 찬성론자들은 모병제 전환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마다 장병의 월급여 등 계산법이 달라 액수는 천차만별이지만 통상 7조원에서 10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군인뿐 아니라 현재 징병으로 충원되는 전ㆍ의경 및 의무소방대원, 해양경찰, 사회복무요원을 대체하기 위한 비용도 2조원 가량 발생한다.
이에 대해 모병제 찬성론자들은 간부 대비 병사 비율을 4 대 6가량으로 하고 인구 대비 병력 규모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0.6%로 유지하면 추가 비용 부담 없이 현재의 예산만으로 모병제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의 인구 대비 병력비율이 1.3%인데 비해 프랑스는 0.6%, 영국ㆍ독일은 0.3% 정도다.
징병제와 모병제를 놓고 논란이 커지면서 대책안도 제시됐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단계인 전문병사 제도다. 전문병사는 지원자 중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적어도 4년이상을 복무하도록 해 병사의 전문성을 키우자는 제도다.
전문병사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지난해 9월 국회 공청회에서 "전문병사제도를 도입해 2020년까지 전문병사 15만명ㆍ일반병사 15만명(복무기간 12개월)체제를 완성하면 국방개혁을 이상없이 진행할 수 있고 병력 30만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병사 15만명의 연간 급여를 105만∼178만원으로 산정할 경우 1조 8900억∼3조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일반병사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경제효과 4조 6400억∼9조 3300억원의 30%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도 많다. 지원병력이 없다면 어떻하겠냐는 것이다. 우리 군은 2008년부터 병 복무 기간 단축에 따라 확보가 어려운 전투ㆍ기술 숙련 인원과 첨단장비 운용전문 인력을 2020년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 유급지원병제도'를 도입했다. 유급지원병 제도는 두가지로 나뉜다. 이중 입대전에 지원해 병 의무복무를 마치고 하사로 임관해 3년을 복무하는 형태인 유형-II의 최근 3년간 운용율은 처절할 정도다. 2012년 44%(937명), 2013년 34%(828명)에 이어 2014년에는 36%(874명)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원병 10명중 7명은 군복무중에 유급지원병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기준 군별 운영률은 육군 35%, 해군 24%, 공군 42%, 해병대 33%다.
군 관계자는 "모병제, 전문병사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우리의 안보현실, 군생활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 군사력 등을 감안해야 하며 국방예산 확보가 어려워 현실적으로 징병제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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