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비포 애프터’, ‘믿음의 기원2: 후쿠시마의 바람’이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주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의 연극 베스트3'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해 11월30일까지 국내 무대에 오른 연극을 대상으로 협회원들이 투표를 해 공연예술로서 미학적 성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한다. 연극평론가협회 송년회를 겸한 시상식은 오는 21일 오후 5시30분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2층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각색·연출 고선웅) 협회는 “무대, 연기 모두 완성도가 높았지만 특히 중국의 경극 액팅과 무대를 활용한 연출은 신선하면서도 객석을 압도했다"고 평했다. "고선웅 연출 특유의 희극적 재치와 사유는 물론, 현대적인 재해석, 무대연출, 연기앙상블 등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탁월한 공연"이라고도 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중국의 햄릿’이라 불리는 기군상(紀君祥)의 ‘조씨고아(趙氏孤兒)’가 원작이다. 이 작품은 관한경(關漢卿)의 두아원(竇娥寃), 홍승(洪昇)의 장생전(長生殿), 공상임(孔尙任)의 도화선(桃花扇)과 함께 중국4대고전비극(中國四大古典悲劇)으로 꼽힌다. 작품의 배경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수록된 춘추시대의 제후국 원나라가 배경이다. 조씨 가문 300명이 멸족되는 재앙 속에 조삭의 아들이자 마지막 핏줄인 '고아'를 살리려는 '정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영과 한궐, 공손저구 등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악행을 서슴지 않는 '도안고'에게 복수하려 20년 동안 칼을 갈고, 마침내 성공한다. 그러나 비극의 끝에는 공허함만이 남을 뿐이다. 연극은 '복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막을 내린다.
배우 하성광이 정영 역을, 고(故) 임홍식이 공손저구 역을 맡았다. 고인(故人)은 지난달 19일 공연 출연분량을 모두 마치고 퇴장한 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즉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국립극단은 "잔여 회차 공연을 모두 취소하려고 했지만 참여 배우 전원이 뜻을 모아 남은 공연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며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배역을 마친 고인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비포 애프터’(크리에이티브 바키, 구성·연출 이경성) 협회는 "세월호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이제껏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자행된 국가적 폭력과 강요된 망각 속에서 현재 한국사회가 어떤 무력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경성 연출은 지난해에도 '남산도큐멘타'로 베스트3에 뽑혔다.
아버지의 죽음을 서서히 목도한 성수연, 친구의 죽음에 부채감을 느끼는 채군, 눈이 거의 실명될 정도의 국가적 폭력을 경험한 장성익, 4월16일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고 있었던 김다흰과 자신의 일기를 방송하는 나경민, 국가를 연기하는 장수진. 연극은 이들이 우리 사회 거대한 시간의 축이 된 ‘세월호 참사’를 지나 어떻게 변하는지 그린다.
◆‘믿음의 기원2: 후쿠시마의 바람’(상상만발극장, 작·연출 박해성) 협회는 "그동안 인간의 갈등에 주력했던 연극의 패러다임에 인간의 힘 밖에 있는 거대한 재해를 끌어들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
상상만발극장은 ‘믿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이야기해왔다. ‘믿음의 기원1’에서 가장 근원적 집단인 ‘가족’의 본질을 살폈다면 이 작품에서는 가장 완벽한 진리라 일컬어지는 ‘과학’을 탐구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소재로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과학이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말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 좇는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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