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핫피플]검은 눈·찢어진 마스크…"택시도 안잡히지만, 전 이게 좋아요"

2년째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한 디자이너 박종우 실장
레이디가가, 지드래곤도 반한 펑키록 의상
초등학교 6학년때 클럽 드나들던 소년, 세계적 패션인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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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보시다시피 제가 이렇게 생겨서…. 사실 택시도 잘 안잡히거든요. 이런 저를 믿어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상이라는 형태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어서 그게 가장 행복했습니다. 꿋꿋이 해나가길 잘했구나 싶고요."

수상소감을 듣자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맞닥뜨렸을 수많은 곤혹스런 상황들이 상상되기도 했고, 그 와중에도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은 데 대한 대견함이 느껴져서다. 아무렇게나 검게 칠한 눈두덩이, 찢어진 마스크, 공격적인 헤어스타일, 범상치않은 의상. 본인이 택시기사라도 (특히 밤에는) 태우고 싶지 않을, 어딘가 '많이' 다른 이 사람은 대기업인 '삼성'이 선택해 후원하는 디자이너 박종우 실장이다. 그는 11회를 맞은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통해 작년에 이어 두번째 후원을 받게 됐다. 박종우 실장이 지난 2012년 도쿄에서 론칭한 펑크록 바탕의 '99%IS-'는 세계 패션계의 이목을 끌고있는 신진 브랜드다. 레이디가가, 저스틴 비버, 지드래곤 등 핫한 셀러브리티들도 무대나 일상에서 그의 옷을 입는다.

시작은 국내 인디씬의 요람이던 홍대앞 클럽 '드럭'에서부터다. 펑크락을 좋아하던 당시 13살, 초등학교 6학년의 박 실장은 충남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올라와 홀로 그곳을 찾았다. 신세계였다. 일탈이라고 하기엔 매료된 시간이 길었다. 그날로부터 20년 가까이. 그의 취향은 한결같다.

"음악은 좋은데 재능이 없으니까, 형들이 입을 옷을 만들고 포스터를 그렸어요. 고등학교 졸업 때 쯤 본격적으로 디자인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2010년 일본으로 건너가 드레스메이커 학원에 입학했고, 2012년에 '99%IS-'를 론칭했어요. '99%의 사람들이 모르고, 알아도 관심없는 나머지 1%의 문화'를 표현하자는 의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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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IS-'는 만 4년을 버텨 8번째 시즌을 선보인 제법 구력 있는 브랜드다. 강렬한 스터드와 지퍼, 가죽 소재 등 펑크 문화의 상징인 디자인 요소들을 수작업으로 완성도 있게 만든다. 언뜻 봐도 하드코어, 펑크 그 자체다. 그러나 독특하고 운이 좋아 두번이나 삼성의 후원을 받게 된 것은 아니다. 모든 과정엔 박 실장 특유의 집요함과 열정이 발휘됐다."일본의 YKK는 2년간 거절당하다가 다섯번째 시즌만에 협업에 성공했어요. 첫 작품이던 가죽재킷을 팔기 위해 하라주쿠의 오래된 빈티지 가게를 찾아다녀야했죠. 완벽히 마음에 드는 찡(스터드)을 달기 위해서 일일이 손으로 깎아 만들고요. 유명 브랜드나 셀럽이 찾을 때 기분좋죠. 아, 그래도 아는 사람은 알아주는구나 하고."

맥킨토시, 꼼데가르송, 도버스트리트마켓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협업에 성공하면서 실력을 검증받았다. 한국에서는 무명에 가깝지만, 해외 펑크룩 분야에서는 안정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그의 두번째 이름 '바조우(BAJOWOO)'도, 자주 접촉하는 외국인들의 편의에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쓰게 됐다. 최근엔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상업적 스테디라인(스키니진 등)도 론칭해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쇼 맨 앞자리에는 락커들이 앉는다. 연예인이나 바이어보다 우선이다. 박종우 실장이 추구하는 본질이자 취향, 철학이 거기에 있어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하나다. "전 이게, 이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겐 최고이자 모든것입니다. 저의 99%예요."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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