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민 大개방' 빗장 만지작거리는데…준비는 아직 안돼있다
인식, 인종 갈등·범죄 증가…부정적 사고방식 버릴 정책 필요
관련法, 출입국 관리·국적법 등 많지만 중복률 높고 비효율적
정책, 각 부처별 소관법률따른 사업으로 총괄적 관리 어려워[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조슬기나 기자]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03만9000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2040년에는 2887만3000명 선까지 떨어진다. 반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고령자 수를 가리키는 노년부양비율은 2010년 15.2명에서 2040년 57.2명까지 급증한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구조 변화를 겪은 일본과 독일의 사례처럼 이는 곧 소비위축과 성장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 인구구조 변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50년대 중후반부터 1%대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잠재성장률 1%포인트를 높이는 데 필요한 이민자 수(누적)는 2030년까지 926만7500명, 2050년까지 1479만1700명으로 추산됐다.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이민확대정책= 정부가 2017년에 마련할 '제3차(2018~2022년) 외국인 기본계획'에 출산율 등을 감안한 이민도입 규모와 대상 등을 포함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절벽에 대응한 주요 정책어젠다로 이민 확대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외국인력 도입 정책은 단기적인 수급조절 수준에서만 논의돼 왔다.조병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민정책을 국가경쟁력 제고와 성장동력 확보, 경제 활성화의 미래 핵심전략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하며 사회적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4년 75만명에서 지난해 8월 171만명까지 늘어나는 등 지난 10년간 두 배를 웃도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민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일자리 잠식과 실업난이 당면과제다. 미국, 프랑스 등의 경우 이민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인종 및 종교 갈등, 범죄증가 등을 겪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민자 선별제도를 통한 외국인력 수요 발굴, 이민자 통합정책, 이민체계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현재 이민정책이 부처별로 분산ㆍ추진되고 있어 종합ㆍ체계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멍 많은 이민 관련 법안만 넘쳐= 우리나라의 이민 법안을 살펴보면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종류는 많지만 허술하다.
외국인의 지위 관련 법 조항만 해도 출입국관리법, 국적법, 난민법, 재외동포법, 외국인근로자고용법,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다문화가족지원법 등 8개 법률에 산재해 있다.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외국인력정책위원회(고용노동부), 외국인정책위원회(법무부),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여성가족부), 재외동포정책위원회(외교부) 등 부처별로 산하 위원회를 통해 이민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처 간의 중복사업의 비율이 높고 협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각 부처들이 개별 소관법률에 따라 사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민정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제각각이다 보니 총괄적인 관리가 어려운 것이다. 상위법 성격의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이 있지만 이 법은 전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민정책의 체계를 세우기는 부적합한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이민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위해 관련 기본법을 정비하고 통합된 정책조정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민ㆍ다문화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다문화 컨트롤타워' 설립 법안을 마련에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공청회를 거쳐 발의할 것"이라며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으로 컨트롤타워를 설립해 이민ㆍ다문화 정책과 생산인구감소 등의 대비를 총괄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관련된 법안도 정비해 발의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관계자는 "외국인 이민 정책과 법률이 겉돌고 있는 것은 사실 의원들의 관심이 낮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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