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의 육도삼략]시리아 상공의 창과 방패 美 F-22와 러 S-300

러 최근 S-300 대공미사일 시리아 배치설 대두…F-22, B-2만이 뚫을 수 있어

[아시아경제 박희준 위원]미국 주도의 연합군들은 지난해부터 시리아와 이라크 내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 IS 진지들을 폭격하고 있다. 그런데 9월 말부터 러시아가 IS 폭격을 명분으로 시리아 내 공습에 나서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미 공군기와 러시아 공군기는 눈에 보일 정도의 거리인 10~20마일 거리 이내까지 서로 접근하는 등 공중 충돌 가능성 마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상공에 관한 항공안전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미국과 미공군이 걱정해야 할 것은 러시아 공군기와 충돌하는 것뿐이 아니다.

러시아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S-300PMU2

러시아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S-300PMU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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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시리아에 최첨단 지대공 미사일 S-300시스템을 판매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더 걱정해야 한다. 판매설은 이미 나왔는데 최근 러시아의 군 고위관계자가 이를 입증하는 듯한 발언을 해 미군은 촉각을 군두세우고 있다. 탁월한 S-300 미사일 포대가 시리아에 배치됐다면 시리아 상공은 사실상의 '항공금지구역'이 설정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안보매체들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군이 시리아에서 최악의 악몽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러 S-300 시리아 배치설 급부상=미국의 안보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이하 TNI)'는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각)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시리아에서 미국의 최악의 악몽:러시아는 치명적인 S-300 배치했나'였다.

TNI가 이 같은 섬뜩한 경고문을 날린 것은 러시아의 관영 이타르 타스 통신을 비롯한 일부 매체가 러시아가 S-300을 시리아에 배치했을 수도 있다고 볼 만한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3일자 콤스몰스카야 프라브다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빅토르 본다레프 공군참모장은 "우리는 모든 위협들을 연구했으며, 전투기와 공격기, 폭격기,헬기 뿐 아니라 미사일 시스템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불가항력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군 관계자는 인테르팍스통신에 시리아에 배치된 미사일 시스템이 부크(BUK) 다연장로켓과 판치르(Pantsir) 방공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말 여객기 추락사고 후 러시아군이 시리아내 러시아 전투기의 하이재킹을 염려해 S-300을 배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2013년 5월 러시아가 시리아에 S-300 지대공 미사일과 관련 시스템을 판매한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스라엘이 미국에 판매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시리아 판매패키지에는 발사대 6기와 사거리 200km인 미사일 144발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판치르-S1 시스템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판치르-S1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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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판치르-S1으로 알려진 S-22 그레이하운드 지대공 미사일 2~3개 포대를 러시아 전투기가 배치된 라타키아 공군기지 주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무기는 구경 30mm 2A38M기관포 2문과 57E6 지대공 미사일 12문을 궤도차량위에 탑재한 것이다. 사정거리는 12마일, 교전고도는 6만피트 정도다.

TNI는 그러나 본다레프 장군이 추가 무기나 러시아가 이미 배치한 판치르-S1을 언급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TNI는 앞서 지난 9월 러시아가 시리아 내 군사력 증강을 위해 첨단 대공 방어 시스템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TNI는 "지금은 거점방어미사일(판치르)을 보내고 있지만 러시아가 S-300과 같은 구역 방어 미사일을 배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이런 보도는 러시아 당국이 확인하지 않았고 러시아 군 장교들도 배치하고 있거나 시리아내 자국군에 추가할 미사일의 종류가 무엇인지 상술하지 않아 S-300 배치를 속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그 탁월한 성능을 감안하면 이런 보도는 미군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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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S-300 공격력=러시아군이 러시아 방공망의 최상층을 담당하는 S-300 시리즈 중의 하나를 배치했다면 이는 미군과 연합군의 공중작전을 엄청나게 복잡하게 한다.


러시아 방산업체 알마드 안테이는 현재 두 종류의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즉 S-300PUM2와 S-300VM( 별칭 안테이-2500) 을 생산하고 있다.

최신형인 S-300PMU2 '파보리트' 는 지휘통제소, 최대 6개의 미사일 발사시스템,미사일, 기타지원시설로 구성된다. 각 미사일 시스템은 최대 12개의 미사일 발사관을 포함한다. 따라서 파보리트 1개 포대는 최대 72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S-300PMU2 레이더는 10m에서 최대 27km의 고도로 비행하는 최대 36개의 표적, 최대 72개의 유도미사일과 동시에 교전할 수 있다. 최고시속 1만km로 비행하는 표적과도 교전할 수 있다. 분당 세 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표적을 파괴한다.

48N6E2 미사일은 발사관(3~6개)에 수납돼 있으며 수직으로 세워 발사하는 데 5분이 걸린다. 미사일 무게는 1.8t, 길이 7.5m, 지름 50cm로 발사관에서 가스압력을 이용해 수직으로 발사된다. 최고속도는 초속 2000m다. 탄두중량은 150kg, 사거리는 120마일(200km), 고도는 최고 10만피트(30.48km)이다. 이 모든 것들은 전투기들이 120마일 근방에는 얼씬하지 말아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미군도 이 시스템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고 있다고 한다.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는 TNI에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와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 폭격기 외에는 S-300 방공망을 뚫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는 F-15, F-16,F/A-18 등 4세대 전투기에 대한 완벽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 . 판을 뒤엎는 무기)'"라면서 "이 짐승 같은 것 근처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러시아가 S-300이나 그보다 더 월등한 S-400을 시리아에 배치했다면 시리아 전역이 미군과 연합군 전투기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비행금지구역'을 만들 것이라고 TNI는 전망했다.

나란히 비행중인 F-22와 B-2 폭격기

나란히 비행중인 F-22와 B-2 폭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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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F-35 시리아 보낼까?= 가정이긴 하지만 러시아 방공망의 최상층을 담당하는 S-300을 뚫을 최상의 선택지는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와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을 보내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랩터는 스텔스 성능이 있고 후연소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순항속도가 음속 1.5일 정도로 빨라 보이지 않은 채 시리아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대공망을 파괴할 수 있다. B-2 역시 고고도에서 정밀 유도폭탄으로 방공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다.

랩터는 2005년에 실전배치돼 그동안 F-22와 B-2로 구성된 '전지구태스크포스'라고 부르는 임무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여기에 최근 작전배치된 미 해병대의 F-35 합동공격기도 추가될 수 있다. 그렇지만 시리아 상공에서 작전할 전투기의 범위는 과거에 비해 크게 좁아진다. F-15나 F-16, F/A 18은 작전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이들 첨단 스텔스 전투기도 S-300이 대규모로 작전을 펼 때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배치된 S-300 포대의 정확한 숫자나 위치가 알려지지 않아 연합군 공군 전투기들은 언제 어디서든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S-300은 차량에 탑재해 기동성이 높고 발사하는데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 더욱 더 그렇다.

따라서 만약 러시아가 최첨단 방공 미사일을 시리아에 보낸다면 미군도 그에 상응해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나마 미공군에게 다행인 것은 회심의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재즘(JASSM)과 그것의 사거리 연장형 재즘-ER(JASSM-ER)이다. 각각 사거리가 200마일(약 322km)과 500마일(약 805km)로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사거리 밖에서 공격할 수 있다.재즘은 B-2, B-1B랜서,B-52 등에 탑재할 수 있다.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가 레이더망을 교란하는 가운데 이들 폭격기들이 맹폭할 수도 있다.

시리아 상공의 창과 방패 싸움이 과연 벌어질 것인가?






박희준 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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