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분쟁, 주총소집돼야 비로소 시작"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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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분쟁은 지금까지는 직접투자자간의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서 법적인 경영권분쟁은 주주총회가 소집돼야 시작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롯데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은 롯데와 연결된 임직원과 협력업체 등 35만명에 피해를 주는 것일 뿐더러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파성향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2일 주최한 '롯데사태, 어떻게 봐야하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롯데사태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파장을 진단했다.전삼현 숭실대 교수(기업소송연구회장)는 "롯데사태는 직접투자자 간의 경영권 분쟁"이라며 "삼성은 직접투자자와 간접투자자간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점에서 롯데와 삼성의 경영권 분쟁은 본질이 다르다. '직접투자자 간, 그들만의 전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직접투자자 간의 갈등이 표출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한 법적인 의미에서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주주총회가 소집되어야 비로소 법적인 의미에서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롯데사건을 이유로 정부가 추가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문제삼아 개입하기에는 난제들이 많다"면서 "해외계열사의 소유구조를 파악한다고 해 이에 대한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느 나라도 소유구조나 지배구조를 근거로 제재를 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과의 국가적 통상마찰 우려도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롯데집안 분쟁의 해법은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일본자본이 국내 대기업을 지배하더라도 국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등의 노력하다"면서 "또한 다른 대기업들이 노력하였듯 롯데 또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롯데가 국내 5대 대기업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에 개선노력을 기울이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롯데 사태의 본질은 경영권 분쟁이며 이는 롯데 주주가 풀어야 할 몫"이라며 "따라서 상법에 정해진 절차(주총)에 의거해 문제를 해결하면 될 일. 제 3자의 개입은 최소화돼야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롯데그룹은 국민기업 또는 공기업이 아니다. 국민들은 그 같은 이전투구에 그저 '실망'했을 뿐"이라면서 "롯데가 우리나라 기업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면, 롯데사태가 반(反)기업정서로 연결될 이유가 없다. 현 정치권의 반시장적 발언역시 인기영합의 저급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되풀이되는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상업세계에서의 경영권 분쟁은 상시적인 일이다. 특히 가족기업의 경우 경영권 상속을 둘러싼 분쟁은 비일비재하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가족경영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합리적인 승계 프로그램이 부재해, 형제간 다툼이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것 뿐 가족경영-가족기업의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조 교수는 롯데그룹에 대한 국적논란과 이후 이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소유ㆍ지배구조를 기준으로 기업의 국적을 따져서는 안된다"면서 "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실질적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소유지분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삼성전자도 외국기업이며 신한금융은 일본금융회사다. 국적 정체성에 대한 시비는 부질없다"고 덧붙였다.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롯데와 연결된 35만 명에게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라며 "불매운동론자들이 말하는 '롯데 지배주주들을 응징하기 위한' 불매운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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