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역분화 줄기세포로 치료한다

국내 연구팀, 동물 실험에서 혈우병 세포 치료 가능성 제시

▲혈우병 환자의 iPS 세포에서 유전자 교정 후 혈관내피세포로 분화시킨 다음 동물 모델에 이식했을 때 혈액 응고 효과를 보여 출혈 증상이 개선됐다.[사진제공=미래부]

▲혈우병 환자의 iPS 세포에서 유전자 교정 후 혈관내피세포로 분화시킨 다음 동물 모델에 이식했을 때 혈액 응고 효과를 보여 출혈 증상이 개선됐다.[사진제공=미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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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혈우병의 세포치료 가능성이 열렸다. 국내 연구팀이 환자 줄기세포에서 유전자를 교정한 후 동물 실험에 성공했다. 이른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유전성 질환인 혈우병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혈우병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역분화 줄기세포를 생성했다. 이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뒤집어진 유전자를 교정했다. 그 다음 교정한 줄기세포를 혈우병 생쥐에 이식해 출혈 증상을 개선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리보핵산(RNA) 기반 인공 제한효소를 말한다. 혈우병(hemophilia)은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의 피를 굳게 하는 물질(단백질)이 부족해 피가 쉽게 멎지 않는 출혈성 질환이다. 전 세계 약 40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근본적 치료법이 없어 혈액 응고 단백질을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실정이다.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연구팀은 혈우병 환자의 소변에서 세포를 채취해 역분화 줄기세포(iPS cell)를 만들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뒤집어진 유전자를 교정해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정상으로 교정한 줄기세포를 혈액 응고인자를 만드는 혈관 내피세포로 분화시켜 혈우병 생쥐에 이식한 결과 생쥐에서 혈액 응고인자가 생성됐다. 출혈 증상이 많이 개선됨을 확인했다.

유전자가 교정된 본인의 줄기세포를 세포치료제로서 본인에게 다시 이식한다면 평생 혈액 응고 단백질을 투여해야 하는 금전·육체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억 달러 이상 시장이 예상되는 혈우병 치료제 대체효과도 기대되고 있다.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동욱 교수(줄기세포기반 신약개발연구단장), 고려대학교 김종훈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진행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지에 24일 온라인판(논문명: Functional Correction of Large Factor VIII Gene Chromosomal Inversions in Hemophilia A Patient-Derived iPSCs Using CRISPR-Cas9)에 실렸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혈우병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역분화 줄기세포의 안전성이 우선 입증돼야 한다. 아직 역분화 줄기세포에 대한 임상실험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유전자 교정된 역분화 줄기세포를 혈관 내피세포로 분화시키기 위한 효율적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김진수 단장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역분화 줄기세포에 대한 분위기가 성숙된다면 5~10년 안에 관련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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