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새누리당 연내 관련 제도 개선 추진...노동계 "터무니없는 발상" 반발
사진=아시아경제DB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 싼 논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거나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난 9일 오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권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의 후생복리가 지나치게 좋아지는 것 아닌가"라며 "선진국들도 가보면 싼 맛에 외국인 근로자를 쓴다.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나라도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의원은 또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상수가 숙박을 제공받고 있지만 최저임금 산정에는 포함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40% 정도는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안 들어가 있으니까 숙식비에다가 최저임금을 더 해 임금 수준이 굉장히 높은데, 해외 같은 경우에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외국인 근로자들을 잘 보호하는 나라가 없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답변에 나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좁다는 권 의원의 지적에 대해 동의한 후 "최저임금 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했고, 지난번 노사정 대타협 때도 산입 범위에 대해서 노사정이 다시 한 번 협의하는 것으로 됐다. 제도 개선을 하반기에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실제 연말쯤 수당·상여금·숙식비 등의 최저임금 포함 여부나 외국인 노동자 적용 대상 제외 또는 혜택 축소 등을 위해 관련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에 나설 경우 또 한 번의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안 그래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우리나라 노동자에 비해 형편없는 상황에서 산업의 뿌리 격인 '3D업종'을 지탱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고조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이인영 국회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외국인 노동자 1인당 연평균 급여는 2722만 원으로 월 평균 227만 원이었는데, 같은 해 우리나라 노동자 1인당 연평균 3980만 원, 월평균 332만 원의 68% 수준에 그쳤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중 월 200만 원도 못 버는 사람은 74%에 이르고 있었고, 월 100만 원도 못 버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19%에 달했다. 정확한 통계가 없는 과세미달자 및 불법취업자까지 합할 경우 평균적으로 처우가 더 열악할 것이 뻔 한 상황이다.
2014년 7월 말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총 25만명 안팎이다. 합법 외국인 근로자 수는 건설업종 16만여명 등 총 약 20만여명,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도 4만명 안팎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저임금ㆍ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데, 노동력 감소ㆍ기피 현상 심화 등의 영향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한 노동계 인사는 이에 대해 "최저임금제 적용대상에서 외국인을 제외한다는 것은 노동인권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에 끼칠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발상"이라며 "일부 외국이 자국 노동자 보호를 위해 그런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저임금 3D업종을 살려 놓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 들여야 할 필요가 있는데 최저임금을 안 준다고 하면 노동력 공급 차질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지탄 받을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을 시간당 6030원으로 정했다. 올해(5580원)보다 450원(8.1%) 인상됐다. 노사 양측은 "충분치 못하다", "너무 올랐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