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가 시도된 것으로 확인됐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3일 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완치자 1명의 혈장 400㏄를 채취해 중증 환자 1명에게 투여했다"고 밝혔다. 혈장은 혈액 속의 유형성분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성분으로, 혈장치료는 병을 이겨낸 환자의 몸에 있는 항체가 담긴 혈장을 추출해 다른 환자에게 주입하면 혈장내 항체가 동일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엄 교수는 "투여 시점이 좀 늦어서 효과가 부족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완치자가 동의하고 담당의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12일 메르스 완치 후 퇴원한 공군 김모 원사가 상태가 불안정한 메르스 환자를 위해 혈장 헌혈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정 질병을 이겨낸 완치자의 혈장을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에 주입하는 이 같은 치료 방식은 여러 질병에서 두루 쓰이는 '고전적'인 치료 방법이다.
특히 메르스와 같이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신종 감염병 치료를 위해 종종 시도됐다.
과거 1995년 콩고에서 에볼라로 245명이 사망했을 당시 생존자의 혈액을 주입받은 환자 8명 중 7명이 살아남은 기록이 있고, 지난해 미국에서도 에볼라 환자에게 생존자의 혈청을 투여해 치료한 사례가 있다.
메르스도 인터페론, 리바비린 등과 같은 항바이러스제 병합 투여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로 일부 환자들의 치료에 성공했지만 여러 방법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중증 환자에게 혈장 치료를 또 다른 대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엄 교수는 "혈장 치료는 고전적인 치료법이지만 효과가 증명된 치료법도 아니다"며 "그러나 현재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 논의와 허가 절차 등을 거쳐 시도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앞으로 메르스 상황이 진정 추세가 된다면 확진자의 사망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완치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중에서 혈장을 얻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는 (건강한) 분들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능하면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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