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英 입맛 정복 나선 '전통발효식품'

유충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수출이사

유충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수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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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여왕, 근위병, 신사의 나라 등 영국을 상징하는 것은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렬하게 영국을 상징하는 것은 아마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일 것이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국은 유럽의 중심으로서 정치ㆍ경제ㆍ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영국식품시장은 유럽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영국식음료박람회'에 한국관을 구성해 참가했다. 영국식음료박람회는 전시산업 선진지역인 유럽 내에서도 5대 박람회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우리 농식품 수출업계가 눈여겨봐야 하는 박람회다.박람회 현장을 통해 확인한 영국 식품산업의 첫 번째 키워드는 '글루텐 프리'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영국 내 글루텐 프리, 즉 글루텐 성분이 없는 시리얼과 스낵바 제품의 매출이 32% 증가했으나 글루텐이 포함된 제품의 경우 16% 증가에 그쳤다. 글루텐 프리 제품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식품업계가 유럽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 면밀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는 '유기농 식품'이다. 영국 내 유기농 식품의 판매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유기농시장의 70%는 테스코(Tesco), 아스다(Asda) 등 대형 슈퍼체인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매장에는 이미 우리 농식품이 입점해 있거나 입점 확대 예정이어서 수출 전망이 밝은 편이다. 다만 영국은 유기농 제품 수입 시 PHA(Port Health Authority)의 검역 인증서를 요구하고 있어 통관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세 번째 키워드는 '코셔(Kosher) 식품'이다. 코셔식품이란 유대인의 율법에 따라 엄격한 기준과 인증 절차를 거친 음식이다. 북미와 유럽권에서는 코셔가 건강하고 과학적인 식단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유통되는 식품 중 40%가 코셔 제품일 정도로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코셔 인증을 받은 식품이 많지 않아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이번 박람회장을 찾은 많은 바이어와 방문객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발효식품 홍보관'이 큰 인기를 끌었다. 김치, 고추장, 간장, 된장 등 한국 전통식품의 제조원리와 보관 방법 등에 많은 유럽인들이 관심을 보였다. 최근 발효식품은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전통 발효식품의 우수성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으나 홍보나 마케팅 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우리 전통식품이야말로 건강과 영양, 안전에 집중하는 최근의 영국 식품 트렌드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과학적인 근거와 인증 절차를 갖추면 한국식품이 얼마든지 영국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세계 식품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 농식품 수출업계 역시 발빠른 대응 전략으로 영국과 유럽, 나아가 세계 먹거리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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