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과 어린이들이 주고받는 현문현답…'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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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하늘은 왜 파란가요?
"공기 분자들은 파란색 빛을 쉽게 흡수하고 쉽게 내뱉습니다. 그래서 하늘 전체에 파란색 빛이 널려 있는 것이고, 모든 방향에서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어디를 보나 파란색 빛이 눈을 때리기 때문에 하늘 전체가 파랗게 보입니다." (사이먼 잉스, 과학책 저자)#올림픽에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열심히 연습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신을 잘 돌보세요. 어느 하루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것 때문에 낙담하지 마세요. 금방 다시 상황이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제시카 에니스, 육상선수)
아이들에게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동물은 무엇인지, 무지개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혹은 왜 밤에 잠을 자는지 등 어른들은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고 당연히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새로운 자극이나 경험에 반응하며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런 호기심이 무한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역시 "나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굉장히 호기심이 많다"고 말했을 정도로 호기심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엉뚱하고도 급작스러운 질문은 가끔 어른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당장 내 아이나 조카가 "태양은 왜 뜨거운가요?"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신간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의 저자이자 자유기고가 제마 엘윈 해리스 역시 두 살 난 아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오는 길에 질문을 받았다. "저게 뭐야?" 아들이 가리킨 것은 밤하늘의 보름달이었다. 반찬거리를 고민하고 있던 저자는 이내 아들과 함께 달을 바라보며 이 책의 기획 아이디어를 얻었다. 주변 학교의 도움을 받아 만 4세에서 12세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을 추린 다음, 내노라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보냈다. 뜻밖에도 알랭 드 보통, 노엄 촘스키, 리처드 도킨스 등이 성심성의껏 답을 들려줬다.
소설가이자 철학가 알랭 드 보통(45)은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라는 질문에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머리를 정리하고 재정비하는 과정을 꿈"이라고 하며 "꿈은 일상생활에서 실제 벌어지는 일들보다 더 신이 나고 더 무섭게 느껴진다. 바로 우리의 뇌가 얼마나 훌륭한 기관인지 알려주는 증거"라고 답한다. '왜 동물들은 우리처럼 말을 못하나요?'라는 질문에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86)는 "인간은 항상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있다. 이때까지 들어 보지 못한 말들, 인류가 이 세상에 존재한 이래 누구도 해 보지 않은 말들도 만들어 내서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설명해준다.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의 경험담을 차근차근 들려주는 경우도 있다. 영국 육상 스타 데임 켈리 홈즈(45)는 '운동 경기를 할 때 계속 져도 용기를 잃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말에 "이기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 경기를 즐기는 일이다. 사실 처음 운동을 시작한 것도 모두 즐기기 위한 것이었으니까"라고 답한다. 남편을 잃은 뒤 홀로 세계일주를 감행한 로지 스웨일 포프(68)는 '걸어서 세상을 한 바퀴 돌려면 얼마나 걸리나?'라고 묻자 "나는 뛰어서 도는데 1789일이 걸렸고, 해져서 버린 신발만 53켤레였다"고 알려준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무서운 아저씨가 도끼를 휘두르며 쫓아와서는 빵 한 덩이를 건네고 갔다. 나무꾼인데 내가 배고플까봐 그랬다"며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특별했다. 꿈이 있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덤비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신은 누구인가요', '무엇이 나를 나이게 하나요?',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나요?' 등 마냥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철학적 질문들에는 여러 명의 전문가들이 발 벗고 대답에 나선다. 어떤 질문은 그 자체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벌은 벌에 쏘일 수 있나요?', '소가 1년 내내 방귀를 한 번도 뀌지 않고 모았다가 한 번에 크게 터뜨리면 우주로 날아갈 수 있나요?', '물은 왜 축축해요?' 등의 질문에 대해 나라면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 고민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가 크리스토퍼 포터(56)의 지적 또한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어른들을 일깨워준다. "우리 모두 아주 어릴 때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합니다. 그러다 자라면서 점점 체면을 차리느라 질문을 잘 하지 않게 되지요. 어쩌면 우리가 뭘 모르는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어요. 슬픈 일이지요. 질문을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요."
참, 부록으로 담겨있는 코미디언들의 재치있는 대답들이야말로 놓쳐서는 안된다.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엄마가 안 볼 때만요.' / '우리는 왜 밤에 잠을 자나요?' '대학 갈 때까지 기다려 보세요. 그때가 되면 낮에도 계속 잠이 올 거예요.' / '도시 이름들은 누가 지었나요?' '맨 시티(Man City)'라는 사람이요.' / '세상은 왜 어른들 맘대로 하나요?' '우리가 먼저 왔거든요.'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 제마 엘윈 해리스 / 김희정 옮김 / 임소영 그림 / 부키 / 1만48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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