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한국인 청년 기업가가 시각장애인용 ‘점자식 시계’를 출시해 일반인으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김형수 이원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하고 이 회사의 점자식 시계가 널리 보급되고 있다며 98~99%가 일반인에게 팔린다고 전했다.
김형수 이원 최고경영자
원본보기 아이콘
다른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된 이원 시계는 1년만에 매출 100만달러를 돌파했다. 이원은 시계를 275~315달러(약 30만~35만원)에 판매한다. 회사 이름 ‘이원’(Eone)은 모든 사람(everyone)을 줄인 말이다.
기존 시각장애인용 시계는 두 종류가 판매된다. 하나는 덮개를 열어 시침과 분침을 만져서 시각을 확인하도록 한다. 다른 하나는 버튼을 누르면 음성으로 시각을 알려준다.
둘 다 불편해 많이 활용되지 않는다. 시곗바늘을 만져서 시각을 확인하는 방식은 이용자가 손을 댈 때마다 바늘이 움직여 시계의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둘째 방식은 주위에 사람들이 있을 때에는 알림 기능을 작동하기 꺼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원이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시계는 만지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시각이 부정확해지는 단점을 해결했다. 이원 시계는 시침과 분침 대신 작은 구슬 두 개로 시각을 표시한다. 구슬은 홈을 따라 돌아가는데, 옆면의 구슬은 시(時)를, 윗판의 구슬은 분(分)을 나타낸다. 이원 시계는 자성을 활용해, 착용자가 구슬을 만져 시각을 확인하면서 움직인 구슬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한다.
이원 점자식 시계
원본보기 아이콘
김 대표는 대학원 재학 시절에 시각장애인용 시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NYT에 들려줬다. 그는 “2011년에 수업을 듣는데 다른 학생이 시각을 물어봤다”며 “그 학생은 시각장애인이었지만 ‘음성 시계’를 차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학생은 강의를 방해하면서 눈길을 끄는 일이 꺼려져 음성 시계를 작동하지 못한 채 옆자리 학생에게 작은 목소리로 몇 시인지 물어본 것이다. 김 대표는 웨슬리안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메사추세츠공고대학(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시계 개발에 나선 김 대표는 처음엔 부피가 다소 큰 점자시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각 장애인들이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은 처음부터 시계의 크기, 재질, 색상을 물어봤다”며 “우리는 그 부분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도 디자인을 중시하며, 자신들의 장애를 드러내지 않는 시계를 원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좋아할 시계를 만들자 이번엔 일반인도 호감을 나타냈다. 일반인도 이원의 시계가 함께 있는 사람이 알아채지 않는 가운데 시각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 대표는 점자식 시계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60만달러 넘게 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킥스타터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 중 상위에 오르는 규모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