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제약·고가의 귀중품 등에 다양하게 활용
▲복제가 불가능한 인공 미세지문.[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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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사람의 지문을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만큼의 크기로 만드는 기술이 나왔다. 복제가 불가능한 인공 미세지문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사람의 지문을 먼지만한 크기로 모사한 복제 불가능한 위조 방지 신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한 단계 진화된 위조방지 기술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위조방지를 위해 상품 표면에 붙이거나 상품 속 내용물과 섞어서 사용하는 다양한 마이크로식별자가 개발됐다. 마이크로식별자(microtaggant)는 어떤 물건을 추적하거나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크기가 매우 작은(마이크로크기, 100만분의 1미터) 입자를 말한다. 기존의 마이크로식별자들은 바코드처럼 예측이 가능한 코드부여방식이여서 쉽게 복제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체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특성(종이표면에 있는 섬유구조 등)을 코드로 활용하는 위조방지 기술들이 개발됐는데 이번에는 코드해독방식이 까다롭거나 다양한 상품에 적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또 이런 방식들은 원하는 대로 코드를 조절할 수 없어 사용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식별자를 개발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효과적 위조방지를 위해 사람의 지문을 모사해 복제가 불가능하면서도 코드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인공 미세지문'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문은 마이크로(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식별자에 자연 주름을 넣고 그 안에 랜덤하게 존재하는 특징점들의 분포를 기존의 지문인식방법을 그대로 적용해 읽어낸다. 각각의 인공지문은 주름 형성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 마이크로식별자 자체가 복제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위조품 생산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폴리머(한 종류 또는 수 종류의 구성단위가 화학결합으로 중합돼 연결된 고분자 화합물) 입자의 물성을 이용해 주름을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해 패턴의 랜덤성은 유지하면서도 코드 보안 등급(단위면적당 특징점들의 개수)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이런 보안 특성에 따라 고사양의 현미경부터 휴대폰 카메라 등 다양한 장치로 인공지문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높였다. 인공지문의 외형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실제 제품에 사용할 때 외형에 따른 분류도 가능하다.서울대 권성훈 교수와 경희대 박욱 교수가 주도하고 서울대 배형종, 배상욱 박사과정생 등이 참여했다. 재료과학 분야 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 3월 25일자(논문명:Biomimetic Microfingerprints for Anti-Counterfeiting Strategies)에 실렸다.
박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문은 지폐, 제약과 고가의 귀중품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위·변조 행위를 원천적으로 근절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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