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 사회 초년생 A씨는 지난해 말 취업할 때 기업평가 사이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업의 분위기나 연봉정보 등이 첫 직장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줬고 면접 후기 등의 정보에서는 최종 합격에 이르는 쏠쏠한 팁도 얻을 수 있었다.
#. 한 중소기업의 인사담당자 B씨는 최근 기업평가 사이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랜만에 신입직원을 뽑기 위해 공고를 냈는데 지원자 수가 신통치 않았던 것. 예년보다 확 줄어든 이유가 기업평가 사이트에 올라온 부정적인 글 때문이라는 것을 뒤늦게 안 B씨는 서둘러 해당 정보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다.최근 주요 대기업들의 상반기 공개채용이 본격화되면서 '기업평가 사이트'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과거에는 취업준비 카페 등을 열심히 검색해 어렵사리 얻었던 기업의 정보들을 클릭 한 번이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근무하고 있거나 과거에 일했던 퇴직자들의 평가가 게재돼 있어 먼저 취업한 선배에게 술 한 잔 사며 새겨들었던 '채용족보' 저리 가라다. 대표적인 평가 사이트 중 한곳인 잡플래닛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약 35만여개 기업에 대한 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취업준비생에게 영향을 주는 만큼 이 같은 사이트들에도 빛과 그림자는 있다. 대기업의 경우 직원들의 평가 정보가 많고 누구나 관심이 있기 때문에 부정확한 정보들이 걸러질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정보 제공에 참여하는 이들이 적어 누군가 올린 편향된 주장이 여과 없이 노출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일례로 13일까지 상반기 공채 접수를 받는 현대중공업을 검색해보면 "사업부별로 근무강도가 다르지만 편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울산 생활에 거부감이 없다면 평생직장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등의 평가가 눈에 띈다. 역시 이날 공채 접수를 마감하는 현대자동차도 "타 대기업보다 야근도 적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는 내용의 평가가 올라와 있다. 이 같은 개인들의 평가 외에도 사내문화나 삶과 일의 균형, 연봉수준 등에 대한 정보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익명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일지라도 냉정한 평가가 넘쳐나기도 한다. 한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회사의 미래, 진급의 어려움, 오래 다닐수록 오르지 않는 연봉이 단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아무리 취업이 급해도 지원하기 머뭇거려지는 얘기들이다.
문제는 대기업의 경우 수많은 평가들이 누적되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들은 배제될 수 있지만 정보가 부족한 영세한 기업이라면 주관적인 평가 한 줄에도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중소기업은 "군대식 기업문화"라는 평가를 받았고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지 않는다"는 쓴 소리를 들은 IT기업도 있다. "내 생활을 다 포기하는 워커홀릭을 원한다면 지원하라"는 당부 아닌 당부도 있었다.
한 취업준비생은 "대기업이야 부정적인 얘기들이 있어도 일단 지원은 하지만 가뜩이나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이 같은 사이트들의 운영을 문제 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정보들은 익명으로 작성된다. 직접 일하고 있는, 혹은 일했던 직원들의 솔직한 평가를 들어보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익명성은 이 같은 사이트들의 핵심이다.
그렇다보니 뒤늦게 이런 사이트에 부정적인 평가가 게재된 것을 안 기업들이 익명으로 방어에 나설 수도 있다. 그래서 보면, 기업의 채용광고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평가들도 간혹 눈에 띈다. 결국 이 같은 사이트들에서 객관적인 진실을 찾는 것은 '집단지성'뿐만 아니라 사용자 스스로의 몫인 셈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