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흔들리는 교육감 직선제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곳곳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9일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구청장 임명제 등을 포함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에 교육감 직선제 개선 방안을 포함한 데 이어, 11일에는 한국경제연구원이 한 보고서를 통해 교육감 직선제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감을 선출해 교육정책의 비정상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3일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선거운동의 자유에 지나친 잣대를 내걸어 교육감 직선제 폐지로 몰아가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교육감 선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교육감 직선제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교육감 직선제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로 인해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교육감이 선출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제나 러닝메이트제 등 개선방향이 모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지발위)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에서도 교육감 선출방식에서 직선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권경석 지발위 부위원장은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법률에 배치되고 헌법에도 부합하지 않는 만큼 향후 국민적 합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직 가이드라인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직선제 폐지를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곧바로 성명을 내고 "지발위는 '지방자치 발전'이 아니라, '지방자치 발목 잡는' 대통령 기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 방안은 교육자치를 정면에서 훼손하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또 "지금은 직선제 폐지를 논할 때가 아니라 선거공영제 확대, TV 토론 횟수 늘리기, 이해 당사자인 교사들에게 선거운동 및 피선거권 부여 등 교육감 직선제를 '보완'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 검찰이 조희연 교육감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데 대해서도 서울시교육청 내부에서는 '직선제 흔들기'와 관련이 없지 않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조 교육감은 검찰 기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선거) 당시 제기됐던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바탕으로 고 후보에게 사실을 해명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선거과정에서 '주의 경고'로 이미 마무리된 사안에 대해 공소시효를 하루 앞두고 현직 교육감을 재판에 넘긴 것은 '발목을 잡기 위한 무리한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마땅한 근거도 없이 경찰에서 검찰로 갑자기 넘어간 사안"이라며 "선거운동의 자유에 지나친 잣대를 걸어, 결국 '직선제 폐지'로 몰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87개 교육시민단체는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연하게 기소방침을 미리 정해두고 진행한 기획수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는 진보교육감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보수단체의 고발은 지난 6월과 10월에 이뤄진 것인데 왜 갑자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11월29일에야 출석요구를 하게 된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기소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가 불과 며칠 전에 강한 외부 압력 때문에 억지로 기소한 것이든지, 수사를 안 하다가 졸속으로 기소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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