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기 서울행정2부시장, 주민들 자발적 참여 강조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내가 사는 낡은 집을 내가 다시 지어요,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거죠. 이웃과 이웃 간의 관계가 이어지고 어울려 사는 문화가 정착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거죠."이건기 서울행정2부시장(사진)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뉴타운 사업의 출구전략 중 하나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의미를 이렇게 풀어냈다. 낡고 불편한 거주공간을 되살리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도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을 만들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시장은 "우리는 그동안 함께 모여 집을 짓는다 하면 아파트밖에 떠올리지 못했다"며 "작은 동네라면 조그만 건물을 지어 올리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 그런 문화가 정착되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 사업 같은 대규모 개발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주민참여형 마을재생 사업을 소개했다. 그 가운데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 바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이다.1만㎡ 미만의 소규모 사업용지에 대해 종전 도로를 유지하면서 단독·다세대주택 등을 재정비하는 사업은 사업추진 기간이 짧고 이해 당사자가 적은 만큼 뉴타운 해제 지역에서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주택을 7층 높이까지만 지을 수 있어 추가분담금이 높아지거나 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에 서울시는 7월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 사업성 분석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사업시행 인가 전이라도 조합이 설립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조달 능력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SH공사를 공동사업 시행자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포함됐고 분양이 안 되는 85㎡ 이하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업의 불확실성도 최소화하도록 했다.
최근 대표적인 다세대주택지인 동대문구 장안동 326 일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한 개발계획을 세우고 분담금을 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조합설립을 위한 예산 2000만원은 서울시에서 지원했다. 서초구 반포동과 중랑구 면목동 등에서도 주민들이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이 부시장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합리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막 시작된 시범사업들을 통해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 문화가 확산되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경제신문은 19일 오후 2시 서울시 신청사 3층에서 '더 나은 도시디자인 콘서트'를 열고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도입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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