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윤의 라커룸]너무 늦은 서울시의 고척돔 운영 협상

2015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고척돔구장(외부전경)[사진 제공=서울시]

2015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고척돔구장(외부전경)[사진 제공=서울시]

원본보기 아이콘

서남권 야구장(서울 구로구 고척동 소재ㆍ고척돔) 운영을 둘러싼 서울시와 프로야구 넥센의 협상이 이르면 10월에 시작된다. 서울시는 이달 초 고척돔 운영과 관련한 원가계산 연구용역을 우리회계법인에 맡겼다. 원가계산은 향후 경영ㆍ관리상의 수익성 등을 따져보기 위해 적정비용을 책정하는 과정이다. 서울시는 결과가 나오는 9월 말 이후 넥센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해당사자 간 만남이 늦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넥센은 "구장 운영 세부내용은 합의된 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고척돔 건립이 첫 삽을 뜬 지(2009년 2월 착공) 4년 6개월이 지났고, 공정률이 90%(2015년 2월 완공 예정)에 이르지만 이렇다 할 서면합의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돔구장에서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기대가 외면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서울시와 넥센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돈 문제'다. 고척돔에서 발생할 수익의 배분 때문이다. 서울시는 구장 조성을 위한 부지 매입과 건립(1950억원), 주변 환경정비(450억원)에 시비로만 2400억원을 투입했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수익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넥센은 구단 재정이 여의치 않고, 수익을 보장 받지 못한 상황에서 돔구장을 이용하는 데 따른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위탁사용료와 광고수익 등 주요의제에서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0월부터 협상에 들어간다 해도 조기에 합의안이 도출되기는 어렵다. 곤혹스러운 쪽은 서울시다. 넥센이야 당장 고척돔 이용이 어렵다 해도 현재 홈구장인 목동구장을 활용하면서 훗날을 기약할 수 있지만 서울시로서는 넥센 말고는 협상대상자가 마땅찮다. 접근성과 상징성 등에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와 두산이 고척돔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혈세로 지은 공공시설물이 특정 구단의 수익 창구로 활용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구단에 양보와 희생만을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문제이고, 그래서 더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며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seokyun198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