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팀, 아밀로이드 섬유화 억제 방법 규명
▲쿠커비투[7]릴과 단백질의 상호작용으로 아밀로이드성 단백질 섬유화 진행이 억제됐다.[사진제공=미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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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알츠하이머, 파킨슨, 해면양뇌증(광우병) 등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섬유화 억제방법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퇴행성 질환의 화학적 작용과정을 이해하고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밀로이드 섬유화는 몸속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이 특정한 생리적 작용을 통해 커다란 덩어리(응집체)를 형성하는 현상을 말한다. 덩어리는 체내의 정상 세포들을 망가뜨려서 비정상적 상태로 만들고 각종 퇴행성 질병을 불러일으킨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특정 부분에 결합하는 쿠커비투[7]릴 기반의 초분자화학을 이용해 단백질 사이의 비정상적 상호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쿠커비투릴(Cucurbituril)은 속이 빈 호박 모양의 나노물질로 글리코루릴이라는 분자 6개가 이어진 거대한 고리화합물이다. 쿠커비투릴은 호박을 자른 후 속을 파낸 모양을 하고 있어 그 속에 다양한 분자나 이온을 넣을 수 있고 이온을 붙일 수 있는 등 '나노캡슐'을 만들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에 있는 페닐알라닌 잔기(유기화합물의 중합한 상태에 있는 경우 그 화합물의 최소단위를 일컫는다.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은 단백질을 가수분해해 얻는 화합물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을 이른다)와 쿠커비투릴 동족체 중의 하나인 쿠커비투[7]릴이 서로 결합해 안정한 복합체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페닐알라닌 잔기가 단백질들끼리 뭉쳐 덩어리를 형성하는 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 쿠커비투[7]릴과 단백질이 결합해 복합체를 형성했을 때 쿠커비투[7]릴의 거대한 크기가 단백질의 자가 조립에 필요한 구조적 배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백질끼리 상호작용하며 뭉쳐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단백질과 억제물의 상호작용을 유도해 아밀로이드 섬유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직무대행 신희섭)은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단장 김기문 POSTECH 교수) 연구팀이 POSTECH 화학과 첨단재료과학부 김준곤 교수팀과 공동으로 이뤄졌다. 화학분야 권위 학술지인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IF 13.734) 온라인에 5월18일자(논문명:쿠커비투[7]릴을 이용한 아밀로이드 섬유화의 초분자적 억제)에 실렸다.
김준곤 교수는 "인간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각종 퇴행성 질환들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연구 및 치료제 개발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섬유화와 관련된 퇴행성 질환의 화학적 작용과정을 이해하고 치료제 개발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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