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사전투표 홍보 부족, 대학가 투표율 비상

선거열기 뜨겁지만...캠퍼스내 투표소 없어 접근성 떨어져

6·4지방선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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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세월호 참사 이후 투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대학생들의 투표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전국 단위 사전투표제에 대한 홍보 부족과 학내 사전투표소 미설치 등으로 이러한 열기가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6일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캠퍼스에는 6ㆍ4 지방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 및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학생들이 대부분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으로 '1인 7투표 쉽게 이해하기', '투표! 20대의 힘을 보여줘', '의리 있게 도장 쾅!'이라고 적힌 포스터들이 게시판 곳곳에 붙어 있었다. 포스터 대부분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과 노란 리본이 함께 그려져 있는 등 세월호 사고가 이 같은 투표열기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려대 4학년생 이서준(28)씨는 "세월호의 슬픔을 딛고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어쨌든 선거에 있다고 본다"면서 "세월호 추모집회 때 정말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는데 서로 꼭 투표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경희대 3학년생 김정식(25)씨 역시 "세월호 여파로 기존 선거 때와는 다른 분위기인 것은 확실하다"며 "희생자들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대학생들이 과거처럼 가만이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같은 투표열기가 대학가의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전국 단위 사전투표제의 홍보부족으로 '1인7표제' 등 새로운 투표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투표에 대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지금까지 선거 때 학내에 설치되던 부재자투표소가 사전투표제의 실시로 사라짐에 따라 투표에 대한 접근성이 오히려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 21일 한국청년연합과 서울지역대학생연합 등 청년단체들로 이뤄진 '청년유권자 네트워크'는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학 캠퍼스에도 사전투표소를 설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전투표제 홍보가 부족해 청년층 투표율 하락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사전투표제가 오히려 투표 참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학내 사전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아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균관대 1학년생 김성후(20)씨도 "1인7표제라고 하는데 솔직히 어떤 방식으로 누굴 찍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고 주변에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친구도 드물다"고 털어놨다.선관위 측은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투표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됐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에는 전국에 413개의 부재자투표소가 있었지만 이번엔 전국 읍·면·동에 3506개의 사전투표소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투표시간도 기존 오전 10시~오후 4시에서 오전 6시~오후 6시로 늘어 투표하기 더욱 용이해졌다는 주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통합선거인명부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가통신망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대학에는 국가통신망이 없을 뿐더러 해킹 등 보안문제가 있어 이번에 설치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제가 잘 안착하면 다음 선거 때엔 사람이 밀집돼 있는 역사나 백화점, 대학 등에 사전투표소를 추가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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