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官崩] X피아 패거리즘부터 청산해야 <1>

세월호 '空務員'사태…이제 朴 대통령이 응답할때

-이참에 공직 내부 대수술 안하면
-대한민국號가 통째 침몰할 위기
-"영혼없는 공무원 더이상은 안돼" 자성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이윤재 기자]"이제 공무원이라 쓰고 공적이라 읽는 시대가 온건가."

한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최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무원사회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데 대해 "20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해왔는데 지금처럼 참담한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공무원사회의 무능, 무지, 부패의 3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공무원들의 반응은 세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너무 안좋은, 어두운 면만 부각돼 공무원사회에 복지부동, 무사안일을 더욱 조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다른 한쪽은 "더 이상 영혼없는 공무원으로 살지 말라는 신호"라며 개혁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극히 일부지만 "공직사회를 바꾸려면 정치권,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공무원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사회의 파워엘리트인 행정고시 출신들은 개혁 1순위로 분류된다. 행시 출신의 한 초임사무관은 "사실 행정고시 준비하면서 선배들한테 말로만 들었지만 해피아, 모피아, 에너지피아 등 나도 모르는 마피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것이지만 공무원에 마피아라는 딱지처럼 불명예스러운게 어디 또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관료집단과 이익집단의 마피아고리가 단박에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결탁의 기간이 길고 구조가 복잡하고 고리도 단단해서다. 여객선 안전운항 관리를 맡은 한국해운조합의 경우만 봐도 38년째 해수부 출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선박검사를 위탁받은 한국선급은 역대 회장 11명 중 8명이 해수부 출신이다.지난해 드러난 원전마피아의 역사도 원전이 처음 가동된 해(1977년)를 감안하면 40년에 이른다. 원전의 경우 워낙 특수한 업종이다보니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고위직들이 퇴직 후 원전 부품제조업체에 재취업해 부품시험서 위조를 하면서 불거졌다. 금융마피아는 기획재정부 금감원 출신들의 금융기관과 관련 기관에 재취업해 방패막이역할을하는 것을 말한다.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은 "우리나라 금융정책은 정권도 기업도 국민도 아닌 모피아(기획재정부+마피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서 "모피아의 끊임없는 권한확대와 자리보전의 역사가 바로 금융정책의 역사"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건설마피아(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협단체 등이 건설,주택정책 등에서의 유착), 교육마피아(교육공무원 출신이 대학총장, 교육단체 등에 재취업), 규제마피아(감사원 금융위 공정위 등 규제기관 출신이 민간기업, 로펌 등에 재취업 로비스트역할) 등도 문제가 됐다.

역대 정부는 관료개혁을 외쳤지만 매번 실패했다. 관료개혁에 대한 저항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국정운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다시 관료에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도 민간과 공공기관 주요직에 관료 출신을 대거 중용해 관료전성시대를 열었다. 이들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 제 식구를 보내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 청와대가 관료에 둘러싸이고 국정운영도, 관료개혁도 관료 몫이 됐다. 전문가들은 "문책 개각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는 관료개혁의 실질적 효과를 얻을 수 없으며, 임기 내내 꾸준한 관심과 실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통령과 국회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부패고리, 이해관계가 쌓이고 쌓여서 터진 거니까 박근혜정부에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서도 "관료들의 책임이라 해도 정점에는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있으니까 그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할 일은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제상 경희대 교수는 "관료의 덕목에 체크와 균형을 강조할지, 전문성을 강조할 지는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것은 국회가 감시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입법부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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