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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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새 中企규제 800건 추적도
이론·실무 능한 중소·벤처 전문가
정책 만족도 꼴찌는 넘어야할 산[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창업→성장과 회수→재도전의 선순환 벤처생태계 조성은 우리 경제의 활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손톱 밑 가시 뽑기'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3년 3월22일,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의 취임 일성이다. 전자는 한 청장이 학계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꾸준히 강조해온 말이고, 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해결된 과제 수를 챙길 만큼 핵심적인 정책 과제다. 1년이 지난 현재, 한 청장의 취임일성은 어느 정도 실현됐을까. 한 청장은 지난 22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는 국무회의에 최초로 중기청장이 배석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중기청이 첫 번째로 업무보고를 했을 만큼 중소기업에 정책의 무게추가 쏠린 한 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중견기업 부서와 공정위의 고유 권한이었던 의무고발권도 중기청으로 넘어왔다. 수장인 중기청장의 권한도 유례없이 강해졌다. 한 청장은 강해진 권한에 걸맞게 다양한 중소ㆍ중견ㆍ벤처기업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해 5월 '벤처ㆍ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지난 20일 '벤처ㆍ창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추진방안'을 마련해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꾀했다. 미래창조펀드를 6000억원 조성해 대기업과 선배 벤처기업들이 후배 벤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길도 마련했다. 올해는 벤처펀드 2조원을 마련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과 여성ㆍ지방 벤처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현장을 돌며 손톱 밑 가시를 발굴하고 제거에 힘썼다. 주말을 포함, 3일에 한 번 꼴로 현장을 방문하며 110회 이상 중소기업인ㆍ소상공인과 접촉해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취임 100일 만에 발견한 손톱 밑 가시가 800여건에 달할 정도였다.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종합대책'을 마련해 중소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예방하고 12년 만에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간소화해 성장사다리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었다. '공공 조달시장 건전화 방안'을 통해 대기업 위장 중소기업을 솎아내고 중소기업의 판로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재기 중소기업인들을 위해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1년 전 취임했을 때만 해도 '학자 출신으로 실무에 서툴고 활동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걱정이 나왔지만, 한 청장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자신의 취임 일성을 대부분 실현했다. 중기청의 한 국장은 "회의 사이 쉬는 시간에도 휴식을 취하는 대신 부처 장관을 찾아가 정책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정도로 끊임없이 일한다"며 "부처장이 의견을 받아들일 때까지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끈기가 있다"고 말했다.
황철주 전 중기청장 내정자가 백지신탁에 발목이 잡혀 사퇴하면서, 그는 차기 중기청장으로 내정됐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취임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정재훈 산업통상부 산업경제실장, 허범도 전 새누리당 의원,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김순철 중기청 차장 등을 누르고 한 청장이 내정됐을 때 일각에서 실무 능력에 의문을 표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한 청장을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중소ㆍ벤처기업 전문가로 꼽는다. 한양대 교수 출신으로 한국벤처연구소장, 중소기업학회장,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 한양대 창업보육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중소ㆍ벤처기업 관련 강의와 다양한 저서로 유명하다. 2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중소기업 진흥 특별본부에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많은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정작 중소기업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기청의 지난해 정책만족도는 3.78로 평균(4.43)을 넘어서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부처 중 꼴지에 머물렀다. 손톱 밑 가시 뽑기 역시 미해결 과제가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에게 "관련부처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질책을 받았다. 취임 2년차를 맞는 한 청장에게 새로운 도전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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