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러 소송전은 2004년 PKBM사가 두산인프라코어와 K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대우중공업은 1990년대 초 PKBM과 공동으로 훈련기 시뮬레이터 개발에 착수했다. 이때 서로 인력 교류가 이어졌고, 기술도 공유를 했다.
그러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대우중공업의 항공 사업 부문은 KAI 측으로, 중장비 관련 부문은 두산인프라코어로 넘어갔다. 이때부터 KAI가 우리 공군에 항공기 비행 시뮬레이터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PKBM은 납품된 시뮬레이터에 대우중공업과 공동 개발한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두산인프라코어 측은 "PKBM은 처음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당사자로 대우중공업과 KAI 측을 지목했다"면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항공 사업과 관련한 부문은 모두 KAI로 이관됐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재판부가 1심에서 PKBM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두산인프라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면서 "러시아로부터 이번 판결이 전달되는 대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AI 측도 이번 판결에서 일부 책임을 두산인프라코어에 넘겼지만 불만이 남아있다. KAI 측 관계자는 "2004년에 소송이 제기됐지만 정식으로 송달이 들어온 것은 지난해 4월이 처음"이라며 "대우중공업 시절에 있었던 일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만, 이번 항소심에서 단 한 번의 공판 기회밖에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에서 상고할 계획"이라며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국내에서 효력이 인정되려면 한국 법원의 재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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