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대표 사임…게임업계 여풍 사라지나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게임업계 여풍을 선도해 온 박지영 컴투스 대표가 지난 4일 사임했다. 게임사 여성 CEO 1호 타이틀을 단 박 대표의 사임으로 여풍(女風)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게임사 가운데 창업자 출신의 여성 CEO는 박지영 대표가 유일했다. 비상장사로 확대해도 게임업계 여성 CEO는 NHN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오렌지크루를 이끄는 채유라 대표, 장인아 스마일게이트게임즈 대표 등 극소수에 불과한 수준이다. 박 대표의 사임으로 게임업계 여성파워가 끊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 대표는 대학생 시절 국내 최초의 모바일 게임회사인 컴투스를 창업했다. 고려대 컴퓨터학과 4학년 때 남편인 이영일 부사장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당시 모바일 환경은 없었지만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이 열리기도 전에 발 빠르게 모바일로 방향을 돌려,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컴투스는 14년 간 부부경영으로 중견게임사로 성장했다. 모바일 게임업계 최초로 지난해 2분기 분기 기준 매출 2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 769억2000만원과 영업이익 160억6000만원을 달성했다. 시가총액은 2269억원(4일 종가 기준)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게임빌과 함께 빅2로 자리매김해 왔으나 올해 국내 모바일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어려움을 맞았다.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며 성장세가 둔화됐고, 영업이익률 감소와 신작 출시 부진으로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라이벌 구도를 이어오던 게임빌이 컴투스를 전격적으로 인수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송병준 게임빌 대표가 컴투스와 게임빌이 만들어낼 시너지를 기대하며 인수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 유상증자로 621억원을 확보한 게임빌은 박 대표 등 특수관계인 지분(21.37%)을 700억원에 인수했다.

박 대표는 14년간 이끌어 온 컴투스를 떠나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벤처 등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컴투스 관계자는 "박 대표는 가족과 함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향후 거취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며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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