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쿠마 히사시[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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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월드시리즈만을 남겨놓은 201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10월의 재미는 하나 더 있다.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 신인왕, 최우수선수(MVP), 사이영상 등 정규시즌 기록을 토대로 한 다양한 타이틀 수상자 전망이다. 여느 해보다 윤곽이 많이 드러났지만 갑론을박이 거듭되는 타이틀이 있다.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이다.
평균자책점(ERA)을 기반으로 한 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bWAR)와 수비도움배제 평균자책점(FIP)을 바탕으로 한 팬그래프닷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fWAR)에서 아메리칸리그 투수 상위 5명은 다음과 같다. bWAR
1위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 7.0)
2위 크리스 세일(시카고 화이트삭스, 6.9)
3위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 타이거스, 6.7)
4위 아니발 산체스(디트로이트, 6.3)
5위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5.8)
fWAR
1위 맥스 슈어저(6.4)
2위 산체스(6.2)
3위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6.0)
4위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5.2)
5위 크리스 세일(5.1)
현지 관계자들은 산체스, 벌랜더, 에르난데스의 수상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무엇일까.
산체스·벌랜더는 불리하다먼저 산체스를 살펴보자.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82이닝을 던지며 14승 8패 평균자책점 2.57을 남겼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리그 1위를 차지한 평균자책점. 수차례에 걸친 펜스 거리 조정으로 타자친화구장에 가까워진 코메리카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장타 허용을 최소화했다. 9이닝 당 피홈런(HR/9)은 0.4로 커리어로우였다. 정교해진 커맨드와 승부구인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위력 덕이다. 9이닝당 볼넷허용(BB/9)은 2.7개. 반면 9이닝 당 탈삼진(K/9)은 10.0개로 커리어하이였다. 전혀 다른 궤적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왼, 오른손 타자를 가리지 않고 주효했다. 이는 구종가치(Pitch Value)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슬라이더는 10.4, 체인지업은 12.5였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직구의 커맨드도 빼놓을 수 없다. 구종가치는 4.2로 낮았지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사이영상을 수상하기에 충분한 성적. 그러나 발목을 잡는 요소가 있다. 이닝 소화다. 부상 등으로 200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했다. 2007년 어깨회전근 수술을 받은 산체스는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010년부터 매년 규정이닝(162이닝) 이상을 던져 ‘유리 몸’에 대한 우려를 씻었지만, 한 시즌도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사이영상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은 세부 기록만큼 이닝을 중시한다. 올 시즌에도 네 차례나 선발등판을 거른 그에게 많은 표가 쏠릴 가능성은 적다.
저스틴 벌랜더[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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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고도 이닝이 적단 이유로 외면을 받은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2010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가 대표적이다.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뛰 조시 존슨(토론토 블루제이스)은 2.30으로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지만 183.2이닝밖에 던지지 않아 높은 평을 받지 못했다. 존슨의 그해 조정 평균자책점은 사이영상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180이었다. 이는 화려한 성적이 투수친화구장인 돌핀스타디움의 도움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획득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포인트는 34점으로 5위였다. 존슨이 209이닝을 던진 2009년만큼 이닝을 소화했다면 어땠을까.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독식은 분명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에르난데스의 걱정은 산체스와 다르다. 다름 아닌 2010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획득이 걸림돌이다.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 31경기에서 204.1이닝을 던지며 12승 10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성적은 2010년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당시 34경기(249.2이닝)에서의 기록은 13승 12패 평균자책점 2.27이다. 부상 없이 250이닝 가까이를 책임지고 지명타자제도를 적용하는 아메리칸리그에서 2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점이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정 평균자책점도 174로 높았다. 그해 사이영상 후보에 오른 오른손 투수 가운데 조정 평균자책점(187)이 가장 높았던 건 클레이 벅홀츠(보스턴 레드삭스)였다. 평균자책점이 2.33에 불과했으나 투표에선 6위(22점)에 머물렀다.
에르난데스는 올해도 부진에 허덕인 팀 타자들 탓에 12승에 그쳤다. 물론 타자들은 팀 홈런 2위(188홈런)라는 고무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15승을 올리지 못한 투수가 사이영상을 받으려면 세부지표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해야 한다. 올 시즌 성적은 3년 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한 관계자는 “에르난데스가 두 번째 사이영상을 챙기려면 2010년의 자신부터 뛰어넘어야 한다”며 “다른 경쟁자들이 첫 번째 사이영상이란 이슈를 가지고 있단 점까지 생각하면 다소 앞길이 험난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벌랜더 역시 에르난데스와 비슷한 처지다. 올 시즌 성적은 분명 훌륭하다. 5선발급 투수라는 오명(?)을 겪으면서도 34경기에 선발 등판, 218.1이닝을 던지며 13승 12패 평균자책점 3.46을 남겼다. 자신이 사이영상을 수상한 2011년에 비하면 기록은 크게 떨어진다. 그해 벌랜더는 251이닝을 소화하며 24승 5패 평균자책점 2.40 250탈삼진을 남겼다. bWAR과 fWAR은 각각 8.4와 6.3였다. 많은 이들은 내리막의 이유로 직구 평균구속의 저하를 지적한다. 하지만 전반기 148km까지 떨어진 구속은 후반기 정상 수준으로 빨라졌다. 사실 벌랜더는 타구 운이 없었다. 인플레이 된 타구의 안타 확률(BABIP)과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LD%)에서 각각 0.316과 22.7%를 보였는데 이는 커리어 평균(BABIP 0.288, LD% 20.3%)에 비해 적잖게 높았다. 사이영상을 수상한 2년 전 수치는 각각 0.236과 17.7%로 모두 커리어로우였다. 여기에 팀 동료 맥스 슈어저와 산체스의 선전은 그에게 ‘3선발’이란 꼬리표를 달아줬다.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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