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 계정 관리' 기능…장기 부재시 비활성화 설정 가능해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구글이 인터넷 사용자가 사망하면 관련 데이터를 삭제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망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퍼나르기와 신상털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망자의 사이버 흔적을 지우는 이번 조치가 인터넷에서의 '잊혀질 권리'를 실현하는 진일보한 조치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구글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관련 데이터를 가족 등 대리인에게 전달하거나 완전히 삭제하는 '휴면 계정 관리(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도입했다. 사용자가 사망해 더 이상 관리가 어려울 경우 망자의 데이터가 의도하지 않은 잡음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사용자는 휴면 계정 관리를 통해 3개월, 6개월, 9개월, 12개월 단위로 기간을 정하면 된다.
구글은 사용자가 정한 기간 한달 전 사용자 휴대폰이나 e메일로 알림 메시지를 띄우고, 사용자가 이를 확인하면 기간은 다시 연기된다. 사용자 장기간 부재시나 계정에 접속할 수 없을 때는 가족 등 타인의 이메일을 알림 수신자로 정할 수도 있다. 혹은 휴면 계정 관리 기능을 비활성화(Disable)해 둘 수도 있다. 이 서비스의 대상 데이터는 블로그와 메일, 구글+ 프로파일, 페이지, 스트림스, 피카사 웹 앨범, 구글 보이스, 유튜브 등이다.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는 누구나 자신이 원치 않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삭제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의 본격적인 도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포털 등에서는 망자의 정보가 그대로 남아 무분별한 퍼나르기와 신상털기로 논란을 낳으면서 '잊혀질 권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내 포털들도 구글의 이번 기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NHN 관계자는 "구글이 망자의 데이터를 지우는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시도는 매우 획기적이지만 잊혀질 권리가 인터넷 기업의 서비스 정책으로 자리잡는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SK컴즈 관계자는 "데이터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서비스 이용에 대한 사용자의 사전 동의와 알람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잊혀질 권리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게시자가 온라인 업체에 삭제 요청시 즉시 삭제토록 하는 법안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에 통과되면 인터넷에 올린 사적인 글과 사진 등의 정보를 개인이 통제권을 갖고 삭제할 수 있게 된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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