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외화채권 올해도 승승장구

"채권 좀 더주세요" 해외서 연이어 승전보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한국계 외화채권이 해외서 연이어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신용도 상승, 글로벌 유동성 증가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도 긍정적이라 외화채권 인기는 더욱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외화채권이란 국내기업이 타국에서 현지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일컫는다. 각 나라별 특성에 맞는 이름으로 불리곤 하는데, 미국에서 달러화로 발행하면 양키본드라고 칭하는 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서는 채권 발행을 하지 않고, 외화채권만 발행한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23일 2년, 3년, 5년 만기로 나눠 사무라이본드 300억엔을 발행했다. 각각 가산금리가 31bp(1bp=0.01%포인트), 43bp, 53bp로 확정됐는데, 이는 2008년 리먼사태 이후 한국계 외화채권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은행권도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8일 싱가포르서 올해 첫 한국물(3년 만기 3억 달러)을 발행했고, 산업은행도 지난달 15일 싱가포르서 10억 달러를 발행했다. 이어 신한은행 역시 5.5년 만기로 3억5000만달러를 발행했는데, 동일만기 채권 중 최저금리를(5년 국채 금리+127.5bp) 기록했다.

한국계 외화채권의 인기몰이는 지난해부터 조짐이 보였다. 지난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규모는 전년보다 32% 증가한 391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발행이 66%로 가장 많고 이어 공기업(18%), 민간기업(9%) 등이 뒤를 이었다. 발행통화로는 달러화표시 채권이 60%였고, 엔화표기 채권이 13%에 달했다. 한국물 채권은 아시아 총 발행량의 23%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뤄진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유동성 정책으로 늘어난 시중 자금이 안정적이면서도 금리가 매력적인 한국물로 향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가 우리나라 국가 등급을 올린 후 개별 기업들의 상향 조정에 잇따랐다.

올해 역시 등급 전망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신평3사가 평가 중인 국내 73개사의 신용전망 중 44개사가 '안정적'을, 17개사가 '긍정적'이다. '부정적'은 14개사에 불과하다. 등급전망이 긍정적인 곳은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의 등급이 상향 조정되면 외화채권 발행이 그만큼 수월해진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 주요국 국채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현상 등으로 올해도 투자자들의 한국물 수요는 유지될 전망"이라며 "향후에는 한국계 발행자들이 유사 신용등급의 주요국 은행 및 기업들로 삼아 그들과의 조달금리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한국계 외화채권 만기도래액은 204억달러로 전년(269억달러)에 비해 65억달러 줄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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