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다가와 치명타 날리는 'C형간염'

B형 간염보다 더 많이 발생.. 간암으로 악화될 위험도 커
백신없어 조기발견 중요.. 정기검진 때 항목 추가 필요도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남의 일처럼 느껴지나. A, B형은 알겠는데 C형은 낯설기만 한가. 마약 하느라 주사바늘을 돌려 꽂고, 수혈하다 사고 나고, 좀 유별난 사람들이 '용(龍)문신' 때문에 걸릴 수 있는 게 C형 간염이라니, "나와는 상관없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게 함정이다. C형 간염은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다가와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무서운 놈이다. '괜한 겁주기 아니냐'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 힘을 주는 건 "위험도에 비해 사회적 인지도가 너무 낮다"는 전문가들의 조언 때문이다.◆B형 간염보다 악화 가능성 높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0월 18일까지 보고된 올해 C형 간염 보고건수는 총 3278건이다. 익숙한 B형은 2655건, 대유행을 걱정했던 A형은 1060건에 머물렀다. C형 간염이 무서운 건 무엇보다 간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2005∼2010년 5028명 대상의 분당서울대병원 자료에서 C형 간염은 만성간염의 9%를 차지했다. 그런데 보다 위중한 상태인 간경변증은 11%, 간암은 21%를 기록했다. 유병인구가 많은 B형 간염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중증질환일수록 C형 간염의 비중이 높아지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모란 을지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B형 간염은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성인의 경우 1% 미만이지만, C형은 4∼5명 중 1명으로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C형 간염은 스스로 검사해보기 전까지 자각증상만으로 병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도 두려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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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ㆍ체액 노출되는 모든 상황이 위험원인으로는 크게 4가지가 꼽힌다. 정숙향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과)는 "이론적으로는 수많은 원인을 댈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는 문신 경험, 95년 이전 수혈, 침에 찔림, 마약 사용 등 4가지가 확실히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C형 간염 환자에게서 앞선 4가지가 일반 인구에 비해 유독 많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4가지만 피한다고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성적으로 발전하다 어느 순간 발견되는 특성 때문에 정확히 언제 어떤 사고나 원인으로 감염이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다.

기모란 교수는 "혈액ㆍ체액에 노출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감염의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성 접촉과 산모에서 아기로의 전파도 전염력은 약하지만 위험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이 면도기, 피어싱 도구, 수술기구, 침, 치과치료 등을 매개로 전파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가장 확실하고 흔한 원인은 '문신'이다. 굳이 '용(龍)'이 아니어도 50대 이상 여성들이 흔히 받는 '눈썹문신' 등을 말한다. 특히 무허가 시술자가 비위생적인 도구를 사용해 바이러스를 옮기는 방식이 주범으로 꼽힌다.

이런 배경에는 C형 간염 보균자 스스로 자신이 환자임을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도 있다. 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이 발견된 사람의 74%는 자신이 환자임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C형 간염은 3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성인 20세 이상에서 C형 간염 양성률은 0.8%인데, 실제 치료를 받는 사람은 0.2%에 불과해 환자 4명 중 1명만 의료적 처치를 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백신 없어 관리 힘든 C형 간염…40세 쯤 검진 받아볼 필요

A, B형이 어느 정도 통제되는 것은 백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형 간염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때문에 C형 간염은 조기 발견이 어떤 질병보다 중요하다. 일단 발견되면 치료성적도 좋은 편이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B형 간염과 달리 C형은 일정기간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조기발견을 가로막는 데는 백신의 부재뿐 아니라 정부의 관심 부재도 한 몫 한다. 정숙향 교수는 "40살이 되면 '생애전환기건강검진' 항목에 C형 간염을 넣는 것이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검사 과정에서 C형 간염 항목만 추가하면 될 일이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했을 때 과연 '비용 대비 효과적인가'에 대한 근거가 없어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정 교수는 "검사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다는 특징, 일단 악화되면 위중해지는 질병의 양상, 높은 치료비용 등을 감안하면 1만원도 채 안 되는 추가 비용을 국가가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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