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가는 한일관계… 경제외교로 풀릴까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독도 영유권 분쟁에서 시작된 한일 외교 갈등이 중대한 전환점 앞에 섰다. 일본 언론들은 3일과 4일 잇따라 한일 통화스와프(맞교환) 중단 가능성과 독도 문제 단독 제소 가능성을 보도했다. 일본은 외교갈등을 부추기고 한국 정부는 사태를 관망하면서 기싸움을 벌이는 분위기다.

일본 NHK 방송은 3일 재무성 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당초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국의 요청으로 검토한 사안이었지만 현재까지 한국의 의사 타진이 없다"는 발언을 전했다. NHK는 이 발언을 '한국이 요청하지 않으면 통화스와프 연장이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정부가 언론을 통해 에둘러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외환 마이너스 통장으로 갑자기 외화자금이 달릴 때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나 달러화로 맞바꾸기로 한 국가 간 계약이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종전 130억달러 규모였던 통화스와프 금액을 700억달러로 늘리고 1년 뒤를 계약 만료 시점으로 잡았다. 일본은 지난 8월 독도 갈등이 시작되자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면서 경제 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에 지금 당장 통화스와프가 절실하지는 않다.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고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우리 정부는 다만 유럽 재정위기 심화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 보다 근본적으로는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가 양국 외교 관계 현황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종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화 자금이 쏟아져들어오는 걸 걱정해야 할만큼 자금 사정은 좋은 편이지만 한일 통화스와프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외교적 상징성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한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 가능성도 휘발성이 적지 않은 사안이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공동 제소하자는 제안을 거부해 일본이 단독 제소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돌렸다고 전했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일은 국제사법재판소의 권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본이 제소를 원하는 건 독도를 분쟁 지역화 해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겠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전과 같다. 독도가 국제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한국의 고유 영토인데다 실효 지배 중이어서 일본의 제소 제안이나 국제사법재판소 강제관할권 수락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래도 국제사회 여론의 향배는 주의깊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관가에선 실타래처럼 얽힌 한일 외교 갈등이 10월 12일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원 확충 문제가 해결돼 큰 이슈가 없을 것으로 보였던 총회가 외교가의 핫이슈로 떠오른 건 한·중·일 3국의 영토 분쟁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13일 열릴 아시아 각 국 재무장관의 다자회담 현장에서 한·중·일 3국의 재무장관이 참석해 어떤 대화를 나눌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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