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 남자 유도 조준호가 연장 승부 끝 어이없는 판정패를 당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준호는 29일 오후(한국 시각) 영국 엑셀 노스아레나2에서 열린 남자 유도 66㎏급 8강전에서 세계랭킹 4위이자 전년도 세계선수권자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을 맞아 판정패를 당했다. 앞서 심판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둔 듯 했으나, 돌연 심판위원장의 코멘트 이후 심판진이 공식 선언 직전 판정을 뒤집는 상황이 연출됐다.불꽃튀는 한·일전이었다. 조준호는 시작과 함께 선제공격을 시도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수차례 상대 허점을 노려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에비누마도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치며 좀처럼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둘은 정규 시간 5분이 지나도록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이어진 연장전. 조준호는 차분히 에비누마의 공세를 막아냈다. 가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연장 1분 30여초 에비누마의 기습적 공격에 쓰러졌다. 주심은 유효를 선언했지만, 심판진이 의견을 나눈 결과 판정은 무효가 됐다. 이후 조준호는 심기일전, 허벅다리 걸기를 시도하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득점 없이 연장전 3분의 시간도 모두 흘렀다.
이어진 판정. 심판진 전원이 조준호의 손을 들어줬다. 조준호가 극적으로 4강에 진출하는 듯했다. 하지만 판정이 공식 선언 되기 직전, 심판위원장이 다시 심판진을 불러 모았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심판진은 다시 판정에 나섰고, 이번엔 반대로 에비누마의 판정승을 선언하며 기존 결과를 뒤집어 버렸다. 어이없는 상황에 조준호는 한동안 매트 위를 떠나지 못했다.조준호는 한국 유도의 유력 메달 주자 중 하나였다. 2010 이탈리아월드컵에서 금메달,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건 바 있다.
특히 그는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를 대신해 66kg 대표로 나선 주인공이다. 그동안 둘은 다른 체급에서 뛰어왔지만 최근 최민호가 체급을 한 단계 올리며 맞대결을 피할 수 없었다.
5월 국가대표선발전 결승에선 최민호가 한판승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세계랭킹과 국제대회 성적에서 앞선 조준호가 결국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후 최민호는 8살 어린 조준호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주며 그의 선전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호도 "(최)민호 형을 위해 뛰겠다"라는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 하지만 석연찮은 판정에 분루를 삼키게 됐다.
한편 4강 진출에 실패한 조준호는 패자전에서 동메달 획득을 노린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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