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최근 이사한 주부 하태은(38)씨는 상상을 초월하는 도배 비용에 깜짝 놀랐다. 100㎡(30평) 남짓 집에 벽지를 바르는 데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 들었다. 인테리어 가게에선 "요즘 유행하는 실크벽지 가운데는 더 비싼 제품도 많다"면서 "도배기술자들의 인건비도 비싼데 이 정도면 알뜰하게 도배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요사이 도배를 해 본 사람이면 벽지 가격이 상상 이상임을 알 수 있다. 민무늬 일반벽지가 아니라면 도배에만 100만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건비가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는 하지만, 웬만해선 저렴한 벽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알고보니 비싼 벽지 가격 뒤엔 업체들의 담합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LG화학, did 등 13개 벽지 제조·판매업체들이 짜고 벽지 판매 가격을 올려왔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193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LG화학 ▲LG하우시스(LG화학 벽지 사업부문 등이 2009년 분할해 설립) ▲엘그랑(LG하우시스의 대리점) ▲신한벽지 ▲did ▲DS지대동월페이퍼 ▲개나리벽지 ▲서울벽지 ▲코스모스벽지 ▲우리산업 ▲제일벽지 ▲쓰리텍 ▲투텍쿄와 등이다. 이들은 2004년 3월과 2008년 2월, 7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시판시장의 일반실크 및 장폭합지 벽지의 도지가(도매지도가· 권장도지가 등을 일컬음)를 올리기로 합의했다. 특판시장의 일반실크 벽지 특판 가격도 짜고 인상하기로 했다. 각 사는 이를 기준으로 출하가격을 정했다. 출고가 담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보니 대리점에 고시하는 도지가격을 올리는 꼼수를 쓴 셈이다.
짬짜미는 벽지회사 사장이나 임원들이 참석하는 벽지협의회를 통해 이뤄졌다. 여기서 인상을 결정하면, 실무자들이 만나 구체적인 인상폭을 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벽지회사들이 출고가 담합이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대리점에 고시하는 도지가격을 올린 케이스로 담합 유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특판의 경우 법위반 의혹을 비켜가기 위해 인상 금액은 정하되 시기는 각자 정하기로 해 담합 수법도 한층 교묘해졌다"며 "서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품목의 담합 등은 앞으로도 면밀히 살펴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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