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모든 거래를 정직하게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국내 OTA(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여행사)와 달리 해외 OTA는 실제 소비가 일어나는 한국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국내 여행업계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탓에 세금과 관련한 문제는 쉬쉬하는 기류가 강하다. 국내 OTA가 경쟁은커녕 살아남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방한 외국인을 상대로 레스토랑 마케팅플랫폼을 제공하는 레드테이블의 도해용 대표가 전한 여행ㆍ관광업계의 한 단면이다. 이 회사는 외국인이 한국에 있는 레스토랑에 주문하거나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인바운드(외국인의 방한여행) 관광객을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국내외 OTA 사용자가 늘면서 수혜를 입은 곳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경쟁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지적한 건 글로벌 OTA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몇 개씩 떠안은 채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점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스마트관광 세미나에 참석한 도 대표는 "홍콩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클룩'은 중화권과 동남아 일대 사용자가 한국여행을 할 때 각종 액티비티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한국에 진출했다가 이제는 한국인의 아웃바운드 영역까지 사업범위를 넓혔다"면서 "막대한 투자금액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빠르게 사용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여행ㆍ관광시장에서 극소수 OTA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불공정이슈도 과거보다 자주 불거지고 있다. OTA시장의 경우 1990년대 들어 첫선을 보인 후 인수합병 등을 거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극소수 업체만 남은 탓에 자연스러운 경쟁구도가 사라진 지 오래다. 국경을 넘나드는 플랫폼사업 특성상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데다 당국의 제재 역시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호텔업협회 관계자는 "OTA 수수료가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였는데 이제는 20~30%에 달한다"면서 "과거 호텔 등 숙박업계와 OTA는 공생관계였는데 이제는 일방적으로 종속돼 끌려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OTA와 사업자간 문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일선 사용자나 소비자가 겪는 피해도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지난해 국제소비자상담 집계현황에 따르면, 숙박은 4317건으로 지난해보다 상담건수가 70% 이상 늘었다. 항공권ㆍ항공서비스는 4349건으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숙박ㆍ항공분야 상담건수만 전체 문제가 있는 국제거래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아고다ㆍ부킹닷컴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환불문제와 관련해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도 OTA를 둘러싼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건 인식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OTA가 관광진흥법에 명시된 사업자가 아닌 데다 시장 내 잘잘못이 있더라도 개입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문체부ㆍ공정위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OTA 시장 내 다양한 내용은 살펴보고 있지만 관련법령이 뒷받침되지 않아 아직은 살펴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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