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13일 금요일, 666편이 '지옥'으로 모시겠습니다"

최종수정 2019.05.02 16:30 기사입력 2019.05.02 16:30

댓글쓰기

이륙 직전의 'AY666편' 항공기.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륙 직전의 'AY666편' 항공기.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서양 사람들이 비행기를 탔는데 "13일 금요일, 666편 항공기가 당신을 '지옥(HEL)'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 나온다면 어떨까요?


이 비행편을 이용한 사람들은 실제로 나온 기장의 안내방송에 대부분 웃으면서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승객들이 무사히 지옥행 운항을 마쳤습니다.

한국 사람이 '4'라는 숫자를 꺼려하는 것처럼 서양 사람들은 '13'이라는 숫자와 '666'이라는 숫자를 두려워 합니다. 특히 '13일의 금요일'은 공포영화의 제목으로 각인돼 있는 만큼 극한의 공포를 주거나 싫어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기독교 신자가 많은 서양에서 성경에 기록된 예수 최후의 만찬에 참석했던 사람의 숫자가 13명이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날이 금요일이라 13과 금요일이 겹친 '13일 금요일'은 특히 꺼립니다. 게다가 '666'이라는 숫자는 악마 사탄을 나타내는 숫자로 인식돼 있습니다.

티켓은 '지옥행'이지만 실제 운항에서는 단 한 번도 사고가 없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티켓은 '지옥행'이지만 실제 운항에서는 단 한 번도 사고가 없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그런데 이 공포스러운 숫자를 모두 간직한 항공편을 운항했던 유럽의 항공사가 있었습니다. 핀란드의 핀에어 AY666편은 덴마크의 코펜하겐(CPH)과 핀란드의 헬싱키(HEL)를 매일 운항했던 정기 항공편으로 비행시간은 1시간35분이었습니다.


'HEL'은 '지옥(Hell)'과 발음도 철자도 비슷한 헬싱키공항의 공항코드입니다. AY666편은 2017년 10월13일 금요일 마지막 비행을 할 때까지 모두 21번의 '13일의 금요일' 지옥(HEL)'행 비행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사고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비행 이후 같은해 10월29일 이 항공편은 노선 재조정에 따라 편명이 'AY954'로 바뀝니다.

운항 당시 AY666편의 한 조종사는 "이 항공편 도입 후 오히려 수요가 늘었다"면서 "기장 안내 방송할 때도 재미있는 농담거리였다. 항공편명 때문에 불안해하는 승객들을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돌봐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른 나라였다면 어땠을까요? 이런 항공편명은 허가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지 않았을까요? 핀란드 헬싱키 공항은 'HEL'이라는 코드를 불평없이 사용해왔고, 핀에어는 과감하게 이 항공편명을 도입해 사용했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1983년 구 소련 영공을 침입했다는 이유로 격추당한 대한항공 '007편'. 007이란 편명은 다시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1983년 구 소련 영공을 침입했다는 이유로 격추당한 대한항공 '007편'. 007이란 편명은 다시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실제로 다른 항공사들은 이전에 사고가 났던 항공편명도 다시 사용하지 않는 점에 비춰보면 핀란드와 덴마크 국민들은 강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1997년 괌 추락사고를 냈던 801편과 1983년 구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007편 등은 재사용하지 않습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주로 이탈 사고를 냈던 아시아나항공 214편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항공사 중에서도 아메리칸항공 191편과 이란항공 655편, 사우디아항공 163편, 일본항공 123편 등도 사용하지 않는 편명입니다.


지옥행 항공기를 몰면서도 "불안해하는 승객들을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돌봐왔다"는 조종사의 마음 씀씀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