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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러 정상회담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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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북ㆍ러 정상회담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렸다. 8년 만에 머리를 맞댄 북ㆍ러 정상은 화려한 외교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지향점이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는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후원세력 확장을 노린 행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부쩍 강조되는 '자력갱생'에 든든한 후원세력을 더해 대북제재 효과가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연출이 곳곳에서 보인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 재강화를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에서 발언권을 강화, 동북아 변화에 대응해 일정한 지분을 챙기려고 하는 전략적 포석을 숨기고 있다. 러시아가 6자회담 카드를 다시 끄집어 낸 것이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처럼 북ㆍ러 간에는 정치ㆍ외교적 측면에서 국가이익을 위한 협력 동기가 늘 존재해 왔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기대한 경제적 실질 효과는 당장은 얻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회담에서 합작사업계획은 가시화되지 않았고 가스ㆍ송유관 및 철도연결 등이 논의됐다. 논의된 경제협력 문제는 북핵 폐기 이전에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실질적 협력 효과가 미지수이다. 특히 북ㆍ중 교역규모에 비해 북ㆍ러 간 교역규모가 상대적으로 소규모여서 러시아가 북한의 기대에 부응하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러시아도 국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이미 북한은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해 '선(先)무장 해제, 후(後)제도 전복' 음모라며 거부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방러 기간 중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핵문제에 대한 언급을 애써 외면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6자회담을 언급하고 점진적 북핵폐기를 제안했다. 이처럼 '북핵폐기'에 대해 북ㆍ러 간에는 온도차가 분명하다. 물론 북한은 북핵폐기가 전제된 6자회담보다는 북ㆍ미 간 '톱다운'식 스몰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은 실패한 6자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고 빅딜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대북 압박 자체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장에 머물게 하는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핵을 국가 핵심이익으로 간주해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해 변함없는 핵보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북한이 스몰딜을 고집하는 이유는 핵보유가 가능한 접근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제 관건은 평양이 핵폐기의 길을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북한식 스몰딜의 핵심은 영변 플러스 알파(10여 곳의 우라늄 시설)+베타(60여 발의 핵탄두)로 분리한 후 영변만 폐기하고 알파와 베타를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의 노림수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반면 빅딜은 영변+알파+베타를 모두 폐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몰딜은 핵보유를 통해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으로 한국안보에는 위험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희망적 기대는 오히려 북핵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해 왔다. 지난해 3월 대북특사 방북 후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언급도, 9월 평양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언급도 북한 비핵화를 꼬이게 한 원인 중 하나다. 남북 관계발전을 통한 비핵화 견인은 희망고문이 됐다.


북한의 비핵화는 외교ㆍ협상을 통해 달성될 성격이 아니라는 점은 지난 30년의 역사적 교훈이다. 즉 최대압박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듯이 대북제재가 북핵폐기의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평화적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현실적 대북 및 외교정책으로 기조전환이 시급하다. 그래야 북핵폐기의 길을 열 수 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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