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보안논란 재점화.. 백도어·정보단절 압박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유럽이 중국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G장비 도입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가운데 미국의 압박이 다시 시작됐다. 화웨이 장비로 5G망을 구축하면 더이상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압박이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통해 첩보활동을 펼칠수 있다는 보안 논란에 또다시 불씨를 당긴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실제 화웨이 장비에서 소비자의 통신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백도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유럽 국가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미국 유럽 압박.. 신뢰받지 못하면 정보는 없다

미국은 최근 동맹국들이 화웨이 장비를 쓴다면 '더이상 정보 공유는 없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사이버·국제정보통신정책 담당 부차관보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새로운 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의 장비를 사용하면 미국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그들(동맹국)과 상호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하는 능력(기능)에 대해 재평가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11일에는 리처드 그리넬 주독일 미국대사가 독일 경제부 장관에게 "화웨이나 다른 중국의 통신장비업체를 독일의 5G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것은 미국이 독일과 기존과 같은 수준의 (정보)협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이 이처럼 압박을 강화한 것은 영국이 부분적으로나마 화웨이 장비를 도입키로 결정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3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하루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장관들과 회의후 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의 핵심 장비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영국은 화웨이가 비핵심 기술분야 부품은 공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화웨이 장비에서 백도어 발견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화웨이 장비에서 실제 백도어가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경제통신 블룸버그는 영국 통신사 보다폰이 2011년 2012년 화웨이 장비에서 해킹이 가능한 백도어를 발견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다폰은 2011년, 2012년 보안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 내 수백만 가구와 기업체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선 네트워크에 무단으로 접속할 수 있는 백도어를 발견했다고 적었다. 특히 이 백도어는 제 3자가 보다폰 가입자의 개인 컴퓨터나 홈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줄기차게 제기해 온 화웨이 장비의 보안 논란은 설득력을 더하는 부분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통해 자국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며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한 상태다. 이어 첩보동맹국인 파이브 아이즈 소속국인 호주, 뉴질랜드가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배제한 상태다. 다만 보다폰은 화웨이와 문제를 해결했으며 데이터를 빼낸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백도어 설치는 자살 행위"라고 하거나 "백도어는 없다"는 화웨이 경영진의 발언과도 정명 대치된다.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 2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도어는 없다"며 "화웨이는 어떤 스파이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며 발견된다면 회사를 닫겠다"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