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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영의 야간비행]거짓말 자체가 대화, 극복하는 방법도 대화

최종수정 2019.04.19 15:27 기사입력 2019.04.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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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영의 야간비행]거짓말 자체가 대화, 극복하는 방법도 대화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포스트 트루스(Post-truthㆍ탈진실)'. 사실보단 개인적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 2016년 옥스퍼드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를 선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가결 등 당시 굵직한 사건과 엮이면서 주목받은 단어였다. 이후 포스트 트루스는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가짜뉴스(Fake News)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거짓이 만연한 사회가 돼 버린 것이다.


'거짓말 읽는 법'은 이 같은 거짓이 무엇인지 그 본질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그간 시중에 출판된 책들이 거짓말 구분법 등 실용적 취지에서 거짓말을 다뤘다면 이 책은 인식론적 관점에서 거짓말을 깊이 파고든다.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선택했다면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책이지만, 거짓말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뜻밖에 생각하는 즐거움을 안겨줄 수도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베티나 슈탕네트는 독일의 독립철학자이자 역사학자다. 2011년에 출간한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을 통해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에서 주장한 악의 평범성을 뒤집고 아돌프 아이히만이 나치즘 사상을 내면화한 인물이었음을 주장한다.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철저하게 거짓말로 일관했고, 아렌트는 그의 행동에 속아 그를 평범한 관료로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해 독일뿐 아니라 뉴욕타임스가 뽑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서구 지성사의 전통이 반드시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았다는 그의 문제의식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저자는 거짓말을 지극히 인간적인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말과 실천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분리가 가능한 것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덕분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저자는 "거짓말은 대화고, 권력"이라고 분석한다. 거짓말은 거짓말하는 사람과 상대방(속는 자)간의 대화적 구조로 성립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믿음, 의견, 지식을 구분하지 않고 뒤섞어 상대가 잘못된 생각을 품게 한다. 이는 강제적이라기보다 속는 자의 동의를 얻어내는 작용에 가깝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상대의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거짓말은 권력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거짓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거짓말이 사실로 존재한다고 인정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관점에 따라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며, 그렇기에 서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 책은 거짓말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거짓말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판단력이 흐려지고 서로 협력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거짓이 널리 퍼지면 "개인이 게을러 그 진위를 헤아려보지 않아 놓친 것을 최소한 공동체가 바로잡을 기회마저 빼앗는다"며 "결국 공동체마저도 거짓말할 권리를 주장한다"고 말한다. 거짓말이 한 사회의 신뢰시스템을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거짓말을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대화'다. 세계와의 관계를 공유하고 함께 생각하면서 제 3의 입장에서 살필 수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짓말이 대화라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대화인 것이다.


"거짓말이 무엇인지, 거짓말을 낳은 이 특별한 대화가 무엇인지 경험함을 통해서만 우리는 인간의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믿어야할 근거를 발견한다. 거짓말한 사람과 속는 사람, 이제 두 사람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함의 차원에 올라서서 거짓을 거짓으로 밝혀주는 이 생각함이 지닌 힘을 믿기 시작한다. 우리는 두 눈으로 이 힘을 확인한다. 이 힘은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그렇다 솔직함은 이제부터 비로소 시작이다."(p.242)



<거짓말 읽는 법 /베티나 슈탕네트 지음/김희상 옮김/돌베개/1만5000원>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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