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여성창업 상담갔는데 '남편 회사 아니냐'고 해요"

최종수정 2019.04.15 16:10 기사입력 2019.04.15 16:10

댓글쓰기

국회 '여성 창업과 성장을 위한 정책토론회'
창업지원금 조기소진·지원자격 미달…정책자금 혜택 못 받아
여성기업 예산 별도 운영하는 부처도 중기부가 유일
여성 경제활동 돕는 특별법 제정도 대안으로 거론

"여성창업 상담갔는데 '남편 회사 아니냐'고 해요"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여성가장창업지원금 예산이 조기에 소진돼서 다음해에 지원했는데 3월에 마지막 지원대상이라고 했다. 한 달 반 동안 서류를 준비하면서 (지원을 못 받을까봐)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제는 다음 도약을 준비해야하는데 교육이나 자금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권영선 마스터기술쿠킹 대표)


"자금이나 기술 지원을 받기 위해 상담을 하러 가면 '본인이 직접 하는 사업이냐, 남편이 뒤에서 사업을 따로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아서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 기업 하는 여성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깊이있게 살펴봐줬으면 한다" (이영숙 커피볶는집 대표)

여성 창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계형 창업이 많고 창업 지원 정책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 창업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인식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창업지원 정책을 다듬어가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종배 의원(자유한국당)이 공동 주최하고 중소벤처기업부와 여성경제인협회가 공동 주관한 '여성창업과 성장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보례 (재)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박사는 "여성 창업지원 수준이 비현실적이어서 우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성인지 예산서에서도 창업지원사업 15개 중 여성기업 수혜비율은 32.7%, 수혜액은 22.2%에 그쳤다"며 "여성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여성가장창업자금'이 유일하며, 기존 창업지원사업에서 여성기업에게 지원한 비율은 10~1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성 창업 사례가 늘어나면서 양적 지표는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용·재무 성과 면에서는 남성 창업기업에 비해 저조한 실정이다. 여성기업의 창업은 2018년 기준 2만5899개로 2008년보다 264% 증가했다. 또 2017년 신생 기업 중 여성이 창업한 기업은 46.1%로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 기업들의 업종이 편중돼있고 일·가정의 양립으로 인해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창업 지원 수준도 저조하다는 것이다.


여성 기업들은 창업을 준비할 때 '자금조달'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지원자격에 미달되거나 높은 경쟁률·정책자금 소진으로 인해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OECD국가들이 기회추구형 창업을 많이 하는 반면 우리나라 여성기업들은 '생계형 창업'의 비율이 더 높다. 여성 기업들이 활동하는 업종도 숙박·음식업이나 도·소매업, 교육 서비스업 등에 편중돼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기업들이 자금조달이나 창업지원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게끔 창업지원 수준을 높이고 우대를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김보례 박사는 "여성기업에 대한 예산을 별도로 운영하는 부처는 중기부가 유일하다"며 "현재 지원 제도들은 여성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고 대부분 기존 사업에서 여성만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 기업의 특성에 대한 연구와 이에 기반한 창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달 KET한국기업가정신기술원 원장은 "정부가 창업의 양을 늘리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창업과 기업환경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제는 창업 전 주기적 과정에 걸쳐 생존과 성장을 할 수 있는 창업기업을 만들어나가는 쪽으로 정책의 축을 옮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숙 커피볶는집 대표는 "10년 전과 비교해 여성·청년 창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지원사업이나 정책에서는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창업지원사업 신청 과정이 너무 복잡해 전담인력을 고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정도"라며 "자금지원 등을 신청할 때 절차적으로 좀더 편리해질 수 있게 개선하고, 여성기업을 위한 전문 상담 인력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제활동과 기업활동을 돕는 특별법을 제정해 정책을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영달 원장은 "여성들이 경제활동하고 창업하는 것에서는 상당한 격차가 있고 이를 메우는 '동등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특별법을 만들어서 압축적으로 격차를 메워야 한다"며 "육아 인프라, 교육, 유효 소비시장, 네트워크 고도화 등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여성들의 경제참여와 창업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