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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당신은 디지털치매? 디지털노예?

최종수정 2020.02.04 17:26 기사입력 2019.04.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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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미만 아이들의 경우 발달지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통제하는 것이 좋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12세 미만 아이들의 경우 발달지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통제하는 것이 좋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스마트폰 덕분에 사용자의 머리가 나빠진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이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친구 전화번호도, 회사 업무도 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종이 사용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보면서 회의하는 회사도 많아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메일이나 SNS 활동도 스마트폰으로 합니다. 모든 것을 스마트폰에 기록하고 저장하다보니 기억력이 나빠집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가 일상에 필요한 기억을 대신 저장해주면서 디지털 기기 없이는 전화번호, 사람의 이름 등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디지털치매(digital dementia)'라고 합니다.


주로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10~30대에서 발견되는데 생활에 크게 위협이 따르는 것은 아니어서 질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유발해 공황장애, 정서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치매는 나이들면 뇌의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퇴행성 치매와는 다릅니다. 디지털치매는 디지털 기술을 과도하게 사용해 인지 능력이 쇠퇴해 가는 상태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할 뇌 기능이 그 수준을 밑도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의 뇌는 20대 초중반까지 성숙해지는데 청소년기에 디지털 기기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뇌가 덜 성숙해지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감각 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면 이를 단기기억 저장소에 저장하는데 꾸준히 반복하면 장기기억 저장소에 저장됩니다. 뇌는 이런 꾸준한 학습과정을 통해 장기기억 저장소에 저장된 기억을 꺼낼 수 있게 되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이 학습과정이 생략됩니다.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에서 검색하면 되니까 그 정보를 저장해둔 대상만 기억했다 필요할 때 찾아보는 '분산기억'을 하는 것이지요. 뇌는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면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합니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서 뇌 사용량이 점점 줄어 단기저장소에 담기는 정보량도 줄어드는 것입니다. 단기저장소의 정보를 자주 이용해야 장기저장소도 활성화되는데 단기저장소가서 거미줄을 치고 있으니 장기저장소가 번성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이 과정이 일찍 시작되면 청소년기부터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증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미국의 비영리 의료정책 분석기관인 헨리 카이저 가족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두살 어린이의 68%가 태블릿PC를 가지고 놀고, 2~5세 어린이의 25%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과도한 디지털 기기 이용은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불안, 학습장애, 수면장애로 이어지면서 발달장애를 겪을 가능성도 있고, 성장기에 발달장애를 겪으면 장성하거나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실제 치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느라 뛰고 운동하지 않아 감각 기관의 발달이 지체되고, 거북목과 이로 인한 두통이나 요통에도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이의 뇌와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되는데 디지털 기기는 이런 발달 경로를 방해해 인지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이지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 인터넷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무려 4500만 여명에 이르고, 99.4%가 무선인터넷을 이용합니다. 특히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20대의 경우 하루평균 14.3시간 정도, 50대는 8.5시간에 달합니다. 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하루평균 150번 이상 휴대폰을 체크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요.

20대 이하 젊은층들의 디지털치매는 나이들어 실제 치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20대 이하 젊은층들의 디지털치매는 나이들어 실제 치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가족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뇌에 정보를 저장하는 대신 정보를 저장한 대상만 기억하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일까요? 나도 디지털치매는 아닐까요?


▲외우는 번호가 회사번호와 집번호 뿐이다. ▲ 애창곡 가사를 보지 않으면 노래를 부를 수 없다. ▲ 전날 먹은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 자꾸 같은 얘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뒤 지도를 보지 않는다. ▲ 손글씨를 거의 쓰지 않는다. ▲처음 만났다고 생각한 사람이 만났던 사람인 적이 있다. ▲ 집 전화번호나 현관 비밀번호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은 적이 있다. ▲아는 한자나 영어 단어가 기억나지 않은 적이 있다. ▲주변사람과 대화 중, 80%는 메신저로 한다.


이 가운데 둘 정도만 해당해도 디지털치매를 의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디지털치매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데스크탑, TV의 사용시간을 하루 3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이 기기들을 사용할 때도 고개를 푹 숙이는 자세를 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하루 30분 이상 운동이나 산책을 해야 합니다. 운동은 기억과 인지능력을 강화해줍니다. 또 잠들기 1시간 전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 디지털 기기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되는 것은 안됩니다. 당신에게 디지털 기기는 도구인가요? 아니면 당신이 디지털 기기의 노예인가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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