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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선수'만 해결해도…엘리트 혁신 90% 성공"

최종수정 2019.03.18 11:06 기사입력 2019.03.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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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장
빙상 선수 그만두고 서울대 진학한 경험 토대
선수들의 학업 병행 중요성 강조

"'공부하는 선수'만 해결해도…엘리트 혁신 90% 성공"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학교운동부 제도를 개선하고 학생선수들의 학업을 우선하는 문화만 정착시켜도 체육계 혁신의 90%는 성공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8일 아시아경제와 만난 정영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원장(57·사진)은 단호했다.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불거진 엘리트 체육의 문제와 한계를 혁신해야 한다며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우선 "가장 현실성 있고 필요한 과제부터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펼쳤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 운동 선수들은 대개 초등학교 3~4학년 즈음 종목에 입문한다. 그 때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10여년 동안 사실상 정규교육과는 단절된다"며 "이 때문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소양이 부족하고 인격 형성에도 결핍이 생긴다. 더 이상 제도적인 문제로 이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견학한 일본의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 중ㆍ고등학교에서는 학생선수나 학교 운동부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학생들이 동아리(부카츠) 활동을 통해 매일 2~3시간 운동을 합니다. 자율에 맡기는데도 어느 중학교에서는 전체 학생의 80%, 고등학교는 70%가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이들이 일본 체육의 풀뿌리죠."


정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운동 선수들의 학업과 클럽스포츠가 중심이 된 풀뿌리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를 했다. 동계종목의 훈련 여건이 미비한 시절이라 겨울철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덕분에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반에서 2~3등을 유지했다. 그러다 어느 추운날 야외 훈련 도중 모진 기합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의 만류로 운동을 그만뒀다. 이후로 학업에 매진해 서울대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교수(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로 진출했다.

그는 "여전히 운동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진학과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훈련하는 애들한테 왜 자꾸 공부까지 강요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며 "자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해를 푸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에는 국회 스포츠개혁포럼을 통해 개인행복과 자기성장 등 스포츠 본연의 가치에 중점을 둔 '스포츠기본법'과 생활체육에 무게를 싣는 '스포츠클럽육성법' 제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엘리트 체육계에서도 정부가 발표한 쇄신안 가운데 학생선수의 학업 결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 신치용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합숙을 통해 밤낮으로 운동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조직인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과 국민 체력증진, 생활체육, 장애인체육, 스포츠산업 육성 등 체육정책의 다양한 분야를 연구 지원하는 기관이다. 지난해 5월 부임한 정 원장은 임기 2년 동안 굵직한 현안과 마주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단을 위한 스포츠과학 지원과 체육계 혁신을 위해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스포츠혁신위원회 업무도 도와야 한다.


그는 특히 스포츠혁신위 출범에 기대를 나타내며 "이번에는 체육계 문제를 흐지부지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학생선수 제도의 올바른 방향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외사례 등을 살펴보고 자료도 지원하면서 필요하다면 조언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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