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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LG 트윈스

최종수정 2019.03.15 07:32 기사입력 2019.03.1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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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부국장

허진석 부국장

벌써 5년 전 일이다. 아시아경제 편집국이 있는 건물 현관에서 젊은이들이 시위를 했다. A3크기의 복사용지에 매직같이 굵은 펜으로 글씨를 써서 들고 있었다. 말하자면 피켓이나 플래카드다. 젊은이들은 복사용지를 턱밑에 받쳐 들었다. 힘 있게 높이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젊은이들은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팬이었다. 그들은 아시아경제의 온라인 기사를 비판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스포츠부에서 일하던 젊은 기자가 트윈스에서 KT로 이적한 이 아무개 선수의 기사를 썼다. 시즌 초반 성적이 좋은 이 선수를 높이 평가하는 기사였다. 문제는 '표현'이었다. '탈X 효과.' 트윈스와 관련해서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금칙어다. 트윈스의 팬들은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까지는 몰라도 탈X 효과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기사는 스포츠 데스크로 일하던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출고되었다. 그러나 데스크의 책임이 없지는 않다. 며칠에 걸친 팬들의 비난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팬클럽 회장과 여러 번 대화해 유감을 표하고 주의하기로 약속했다. 이 일을 치르는 동안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꼈다. 나는 트윈스의 팬클럽 회장과 대화하면서 '서울야구'의 오랜 팬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Je suis jumeaux).


초중학생일 때, 야구를 보고 싶어 봄을 기다렸다.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가 가장 먼저 열렸다. 3월이면 예선경기를 했다. 서울운동장에서 경기 시작을 알리는 첫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울렁거렸다. 1970년대의 3월은 겨울이었다. 가끔은 눈이 내렸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경기를 했다. 마운드와 타석 주변만 붉은 흙이 드러났다. 눈 쌓인 모자챙 아래 포수의 사인을 확인하는 투수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1982년에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 여섯 팀이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대구, 인천(강원과 이북5도 포함)으로 연고지를 나눠 경쟁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야구만 보며 자란 청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MBC 청룡.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으로 역전승했을 때 정말 기뻤다. 하지만 서울야구 팬의 가슴에 불을 지른 청룡은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청룡은 LG에 팔려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LG는 1990년 오늘 트윈스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했다.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트윈스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곤두박질쳤다. '잠실야구장의 내야가 유난히 붉은 이유는 트윈스 팬들이 흘린 피눈물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스포츠 데스크를 그만둔 지금, 나는 말할 수 있다. 그 붉은 흙더미에 내 피눈물도 스몄다고.


트윈스의 모기업 LG는 신상(紳商)으로 꼽힌다.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그러나 드러나지 않게 해왔다. 역대 회장들은 스캔들을 남기지 않았다. 고 구본무 회장이 서거한 뒤 중책을 맡은 현 회장의 인품을 칭송하는 분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공기청정기를 1만대나 무상지원하기로 했다. 모기업이 이토록 훌륭하면 거기 속한 운동 팀들도 그 정신을 본받아야 마땅하다.


트윈스. 야구 잘해라. 말썽 그만 피우고.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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