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분야 인재 2022년까지 3만1800명 부족
인력조달은 '기존인력 재배치'가 88.4%
"일관성있는 지원책 및 규모 확대 시급"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까지 구글의 인재 흡수에 불안을 떨고 있다. 가뜩이나 AI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경력 채용이 이어지자 인재 유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국내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연봉을 제시하는 한편 보다 자유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재를 겨우겨우 확보하고 있는데 개발자들의 선망 직업 '끝판왕'격인 구글이 이렇게 뛰어드니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대기업 역시 비상이다. 기존 개발자들 사이에서 '탈출'하겠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국내 한 전자 분야 대기업 5년차 개발자인 김 모(35)씨는 "구글 경력 채용을 위해 1년 째 준비중"이라며 "학창 시절부터 꿈꿔온 기업이자 처우도 확실한 만큼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당연히 노려볼 것"이라고 했다.
AI 인재난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SW정책연구소는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증강ㆍ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 유망 분야에서 오는 2022년까지 총 3만1833명 규모의 인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은 인재 '돌려막기'를 꼽았다. 게임, AI, 블록체인, 5세대통신(5G) 등 특정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부상할 때마다 체계적으로 인재를 양성하기 보다는 기존 SW인력으로 '돌려막기' 하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2017 SW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SW 신산업 인력 조달 방법 중 '기존인력 재배치'가 88.4%를 차지했다. 대기업의 경우 '돌려막기' 비중은 97.5%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인재 공급량과 속도 등의 측면에서 중국이나 미국에 뒤쳐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보다 통일되고 정교한 정책이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가 AI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규모가 적고 산발적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분야의 핵심 인재 1만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향후 5년 간 2조2000억원을 투자해 AI 인재 5000명을 양성한다고 발표했다. 한 달 뒤에는 빅데이터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전문 인력 5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이허 그 해 8월에는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혁신성장 청년인재 집중양성' 사업에 참여할 교육기관과 교육과정을 선정하고 핵심 인재 1200명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몇개월 새 쏟아지는 다른 인재 양성 계획에 업계는 헷갈리고 행정력 소모도 막대하다. 또한 관련 규제의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미래 먹거리들이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빅데이터 연구소장(경영학과 교수)은 각종 규제를 정비하는 한편 다소 중구난방식으로 추진되는 정책을 하나로 모으고 지원액을 획기적으로 늘려야한다고 내다봤다. 이 소장은 "시장 수요 예측을 함부로 할 수 없지만 기술과 자금, 인력 모두 부족한 국내 AI 시장을 적어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현재 규모의 인재양성 지원책으로는 부족하다"며 "여러 'XX만 양성론'을 하나로 모으고, 지원 예산도 뒷자리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수준으로 늘려야 AI시장 성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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