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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블랙리스트' 그가 뜨면 경찰도 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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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청구 무더기 요청 등 악성 민원인들에 공무원들 골머리
국민콜 110 상담사 향한 악성·강성 민원 월 평균 2100건 이상

감정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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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춘희 수습기자] # 서울 일대 몇몇 경찰서에서는 최근 민원인 데스크 당직 근무 때마다 직원들의 푸념이 늘고 있다. 이 지역 일대에서 악성 민원인으로 유명한 A(41)씨 때문이다. A씨가 최근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과 법적 논쟁이 있었던 피해여성, 일선 경찰서 과장급 직원 등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고소를 일삼고 있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경찰서 로비에서 경찰 직원들을 만나게 해달라며 온갖 소란을 피우는가 하면 다른 민원인에게 시비를 거는 경우도 다반사다.


# 수도권 지역의 한 구청 공무원들에게 B(48)씨는 공포의 대상이다. 구청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조금이라도 기준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는가 하면 10년째 매달 수십건의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하고 있어서다. 지난 2009년 구청 직원의 업무 처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첫 민원을 제기했던 B씨의 행보는 10년째 반복되고 있다. 일부 구청 직원은 B씨가 요청한 정보공개청구 업무를 처리하느라 본 업무가 산더미만큼 밀려 있는 실정이다.

시민 편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일선 관공서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관공서에는 실제로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악성 민원인 명단까지 마련해 놓고 직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할 정도로 그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부민원안내콜센터인 국민콜110의 상담사들이 당한 악성ㆍ강성 민원 건수는 월 평균 2100건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담사들이 당한 악성 민원의 종류도 성희롱이나 욕설을 포함해 내용 불명, 상습 및 강요, 반복ㆍ억지 민원 등 다양했다.


직업의 특성상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도 친절한 대응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고통만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충남 천안의 한 여성 공무원이 민원인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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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공무원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A씨가 자주 방문하는 서울지역 한 경찰서는 A씨에 대한 주의문을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고, B씨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해당 지자체 역시 정보공개 시 보다 세세한 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


권익위도 국민콜 110 상담사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가하는 등 악성민원으로 판단된 민원인에 대해 7일간 콜 이용을 제한하고, 3회 이상 반복될 경우 형사고발까지 검토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악성 민원인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다 체계적인 상담 창구와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정적이고 편집증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쌍방향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을 상담하면서 도와주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민원 제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퇴행적"이라며 "다만 악성적 행동이나 공격적 행동이 나타날 때에는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이춘희 수습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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