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화석연료 고갈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미래의 대체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입니다. 자연의 힘을 활용하는 재생에너지는 별도의 연료비를 들이지 않고도 에너지원인 '전기'를 얻을 수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은 이미 일정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만큼 연료가 풍부하고 효율적이지만 비교적 덜 개발된 분야 중 하나가 '해수온도차발전(OTEC, Ocean Thermal Energy Conversion)'입니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지구 최대의 태양에너지 저장소 역할도 합니다. 적도 지역의 해수면의 경우 하루에 약 2500억 배럴의 원유에 해당하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바다가 흡수하는 태양에너지의 0.1% 정도만 전기에너지로 전환되면 미국이 하루 필요로 하는 전기의 20배 이상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1% 정도만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면 인류는 에너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지겠지요.
해수온도차발전은 바다에는 존재하는 이 엄청난 에너지의 일부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 바다 속에 있는 열을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입니다. 태양광을 받아 온도가 높은 바다의 표층수와 태양광을 받지 못해 온도가 낮은 심해수 간의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지요.
표층수는 중위도 지방에서 20℃ 이상을 유지하지만 깊은 바다 속으로 내려갈수록 수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수심 500~1000m 정도의 깊이에서는 4℃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바닷물이 엄청난 양의 열을 흡수하지만 표면에서 받아들인 열이 받 물속 깊이까지는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특히 물은 4℃에서 가장 밀도가 높아지는 만큼 수심 500m가 넘는 깊은 바다는 4℃에 가까운 온도를 연중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그래서 표층수와 심층수 사이에는 최소 15℃ 이상의 온도차가 항상 생깁니다.
이 온도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낮은 온도에서 기체로 변하는, 즉 끓는 점이 낮은 암모니아나 프레온 같은 냉매를 사용해 표층수를 끓여 압력이 높은 기체(증기)가 발전기의 터빈을 돌게 합니다. 터빈을 통과한 기체는 바다 밑에서 끌어올린 찬 심층수에 의해 다시 액체로 변하고, 표층수를 끓게 하는 보일러에 보내져서 다시 증기로 변해 터빈을 돌리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해수온도차발전에는 폐쇄식과 개방식,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폐쇄식은 순환계통에 있는 냉매를 사용해 표층수의 열로 끓여서 터빈을 돌리고, 심층수의 찬물로 냉매를 다시 식히는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효율이 높지만 냉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냉매 밀폐기술이 필요합니다.
개방식은 표층수를 직접 이용해서 터빈을 돌리는 방법인데요, 기압이 낮아지면 낮은 온도에서도 물이 끓는 원리를 이용해서 진공챔버에 표층수를 주입했을 때 끓어오른 바닷물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입니다. 별도의 순환계통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적고 끓인 바닷물을 다시 식혀서 담수를 얻을 수도 있지만 효율이 낮습니다.
이처럼 핵심은 역시 효율과 경제성입니다. 아쉽게도 지구상의 모든 바다에서 해수온도차발전 시설을 가동할 수는 없습니다. 해수온도차발전을 할 만큼 표층수의 온도가 높은 구간은 전체 바다 중 위도 35도선 주변에 위치한 일부 지역에 불과합니다. 다만, 이 지역들에 저장된 에너지만 약 1000테라와트(TW, 1TW = 1조 W)에 달한다고 합니다. 전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0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이 에너지 모두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이 가운데 7TW 정도는 지속적으로 발전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7월 전력수요가 가장 많을 때 전력소비량이 9248만㎾였으니 해수온도차 발전의 잠재력은 우리나라 전력 피크의 7만5000배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해수온도차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닷물의 온도는 꾸준하게 유지되니 안정적으로 일정한 에너지를 계속 생산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일조량이나 바람의 세기에 따라 발전량이 안정적이지 않아 기저부하로 삼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반면, 해수온도차발전은 항상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량인 기저부하보다 많은 전기를 확보해 둘 수 있습니다.
밤낮 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특별한 저장시설도 필요 없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터빈을 돌리고 난 뒤 액체화된 물로 담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동지역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담화수 시설을 설치하는데 해수온도차발전소를 건설하면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 셈입니다.
다만, 바다 깊은 곳까지 순환계통을 건설해야 하고, 발전설비가 바닷물에 부식되지 않는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최초 건설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단점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여전히 노력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기술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비용의 문제만 해결되면 우리나라도 수심이 깊고 난류가 흘러 해수온도차발전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 동해 남부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술이 있기 때문에 적도 인근 국가에 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 가운데 경제적 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해수온도차발전소가 더 많은 무공해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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