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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겨울에 더 잘 보이는 '비행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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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트 여객기 뒤로 꼬리처럼 이어지는 구름 '비행운'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대형 제트 여객기 뒤로 꼬리처럼 이어지는 구름 '비행운'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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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비행운'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몇 곡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문문'이란 가수가 부른 곡이 많이 알려져 있고, 일본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던 아라이 유미의 곡 '비행기 구름(히코우키구모, ひこうき雲)'이 유명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함께 흐르던 서글픈 음악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영화이자 음악으로 마치 '비행운'처럼 가슴에 새겨졌다 사라져간 작품이지요.

"하얀 언덕길이 하늘까지 뻗어있었다. 아롱아롱 아지랑이가 그 아이를 감싼다. 아무도 모르는새 그저 혼자서 그 아이는 언덕을 오르고, 아무런 두려움 없이 그리고 날아 오른다. 하늘을 동경해 하늘을 가로지른다. 그 아이의 생명은 비행기 구름(후략)"이라는 가사였지요.


'비행운(飛行雲, contrail)'은 비행기가 하늘을 날 때 비행기의 뒤를 따라 꼬리 모양으로 이어진 구름을 말합니다.


이 비행운을 엔진에서 연료를 태운 뒤 내뿜는 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비행운의 흔적이 사실은 구름이 아니라 건강에 치명적인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화학물질(chemical)과 콘트레일이란 단어를 합성해 '켐트레일(chemtrail)'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비행기의 제트 엔진을 통과한 공기가 대기 중의 수증기와 결합하면서 곧바로 얼어붙어 구름이 되는 것이 비행운입니다. 또 빠른 속도로 공기를 가르는 기체의 소용돌이에 의해서도 비행운이 생깁니다.


비행운이 생기는 것은 '단열팽창' 현상 때문입니다. 비행기 내부의 제트엔진 속 좁은 공간에 있던 공기들이 대기 중으로 분출되면 공기의 기압(압력)이 낮아지면서 부피가 커집니다. 이때 부피가 커지는데 에너지를 다 쓴 공기의 온도가 낮아지는데 이를 단열팽창이라고 합니다.


비행운은 적어도 고도 8000m 이상, 주변의 대기 온도가 영하 38℃ 이하일 때 나타납니다. 제트 엔진에서 분출되는 낮은 온도의 공기와 차가운 대기 중의 공기가 만나면서 비행기의 항로를 따라 얼음알갱이들이 뭉친 길다란 구름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비행운으로 비행기 엔진 갯수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에 그려진 비행운이 두 줄이면 엔진이 2개, 네 줄이면 엔진이 4개인 비행기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비행운으로 비행기 엔진 갯수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에 그려진 비행운이 두 줄이면 엔진이 2개, 네 줄이면 엔진이 4개인 비행기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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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은 넓게 퍼져나가면서 상공에 한동안 긴 줄 모양의 구름으로 남아 있지만 곧 사라집니다. 그래서 만들어져도 쉽게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문학이나 음악 등에서 덧없이 사라지는 존재 등에 대한 아픔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되곤 합니다.


비행운은 경우에 따라 무지개 빛으로 빛나면서 아름다움을 과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행항로를 따라 기존의 구름을 지워버리기도 해서 '디스트레일(Distrails)'이라는 과격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비행운은 따뜻하고 건조한 하늘에서는 엔진에서 배출된 공기가 바로 승화되는 경우가 많아 잘 생성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하늘이 차갑고 습한 환경에서는 얼음 결정이 잘 만들어져서 비행운도 쉽게 만들어집니다. 겨울철에 비행운이 더 많이, 잘 보이는 이유입니다.


또 공기가 건조할 때 만들어진 비행운은 금방 사라지는데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풍향에 따라 넓게 퍼지고 오래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운을 하늘의 습도계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날아간 뒤 생기는 비행운으로 비행기 엔진의 갯수도 알 수 있겠지요? 하늘에 그려진 비행운이 두 줄이면 엔진이 2개, 네 줄이면 엔진이 4개인 비행기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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