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71명 → 지난해 상반기에만 1290명
가치관 변화ㆍ먹고 살기 힘들어서…유가족들 외면
송재룡 교수 "소통 끊어져 살다보면 혈육 관계도 약화"
단독[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수습기자] #연말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던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에서 박모(64ㆍ남)씨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마지막 주소지가 서울 노원구의 한 주민센터로 확인될 정도로 거주지가 불분명했다.
구청에서는 박씨의 가족을 힘겹게 찾아 사망 소식을 알렸다. 가족들은 오랜 단절을 이유로 박씨의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결국 무연고자로 처리된 박씨는 아무도 찾지 않는 장례식을 끝으로 마지막 길을 떠났다.
아무도 시신을 인수하지 않는 사망자, 무연고 사망자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8명 이상은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 해체ㆍ붕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3년 1271명, 2014년 1379명, 2015년 1676명, 2016년 1820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다 2017년 처음으로 2000명을 돌파했다. 정식 통계가 집계된 지난해 상반기에만 1290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해 연간 추정 2500명을 넘어섰다. 매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것은 물론 5년 새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고연령자 비율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 비율은 2013년 36.0%(458명)를 차지했으나 2016년(735명) 40.4%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000명을 돌파해 42%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등록번호나 성별 파악이 불가능해 '미상'으로 분류된 무연고 사망자는 한 해 110명 안팎이다. 전체 통계에서 이들을 제외하면 무연고 사망자 중 노인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장례비도 감당하기 어렵지만,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이 밀린 병원비가 있는 등 경제 빈곤층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사망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시신 인수를 거부한다.
서울지역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의 부용국 전략사업팀장은 "무연고 사망자 중 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포기해 구청에서 무연고 사망자로 화장하고 봉안하는 경우가 80% 이상"이라며 "유가족들과 연락이 닿아도 10명 중 8명은 시신 처리를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오랫동안 가족끼리 연락이 단절됐다는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가족이 시신을 수습하지 않아 무연고 장례를 하는 경우는 한달 평균 12~13건 정도다. 무연고자의 경우 대부분 합동 장례를 치른다.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306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무연고 사망자 증가 이유를 가족 해체와 붕괴 현상 심화에서도 찾는다. 먹고 사는 문제로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기도 했지만 여기에 가치관의 변화가 더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소통이 끊어져 살다보면 혈육의 관계가 약해지고, 죽었다는 소식이 와도 장례하겠다는 의지조차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주의, 자기중심의 사고방식이 강화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고, 소통이 끊어져 살다보면 혈육적인 관계도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한국사회의 복지 제도, 안전망이 지금보다 탄탄하게 구축이 돼 있으면 무연고자로, 극빈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 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무연고자의 죽음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무연고 장례, 복지제도 같은 장치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ㆍ친척이 없거나 다양한 이유로 인수 거부된 사람들로 무연고 사체라고도 부른다. 이들은 발견장소나 소재지 행정기관에 의해 인수돼 공지와 일정 기간의 보존기간을 거쳤다가 산골(散骨ㆍ유골을 화장해 묻거나 뿌림)된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이정윤 수습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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