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ICT 규제 샌드박스 신청하는 핀테크 업체들
보수적 금융당국에 지쳐 과기정통부로 우회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핀테크(기술+금융) 분야 스타트업들이 기약없는 금융당국을 기다리는 대신 과기정통부의 규제샌드박스에 몰리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당국에 지친 업체들이 과기정통부 쪽으로 우회하고 있는 것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스타트업들 상당수가 과기정통부의 규제샌드박스제도 신청을 준비 중이다.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 시범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수 차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을 찾아다니며 현실적인 제도적 지원책을 요청했지만 별 다른 진전이 없었다"며 "핀테크 특성상 ICT,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과 결합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분야를 보다 잘 알고 더 적극적인 과기정통부 쪽으로 신청하자는 추세다"라고 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 규제샌드박스 첫 심의 대상 업체 9곳에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핀테크 스타트업 '모인'이 포함됐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도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를 신청한 것이다. 모인 관계자는 "시기적으로도 과기정통부가 빠른데다 기술 도입의 시급성을 보다 잘 이해해줄 것 같아 과기정통부에 신청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기획재정부 등 금융당국과 협의 후 심의를 거쳐 관련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가상통화 거래소 및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도 과기정통부로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통화 분야는 이미 금융당국에게 '찍힌' 상태라 금융위의 규제샌드박스에 감히 신청하기도 어렵다"며 "차라리 기술쪽으로 접근하는 과기정통부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위원회 민간위원에 장병탁 서울대 교수 등이 핀테크 관련 전문가로 따로 배정된 만큼 업계의 신청이 더욱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과기정통부가 마련한 규제샌드박스 상담센터에는 각종 문의가 몰려들며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지난 1일부터 규제샌드박스 전용 홈페이지를 열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내에 별도 상담센터도 마련했다. 제도 시행 전 일 평균 300건이었던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제도 시행 후 6000여건으로 20배 이상 폭증했다. 홈페이지에 문의전화 폭증으로 통화가 지연된다는 공지가 올라올 정도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각 분야의 기업, 특히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변호사 2명 배치했지만 문의가 폭증하며 1대1 상담이 힘들 정도"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부랴부랴 지난달 24~25일에 걸쳐 접수된 주요 문의사항과 신속처리, 임시허가, 실증 규제 특례별 신청서 등을 안내하는 긴급 설명회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청한 업체는 10개지만 규제 샌드박스 적용 여부 등의 검토가 복잡한 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신청 기업 수가 계단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이르면 이달 중으로,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첫 통과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